'너사시' 하지원 "왜 맨날 못사는 역할만 하냐고…"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대중은 배우 하지원에게 강인함을 원한다. 그간 캐릭터가 그래왔기도 했고, 하지원이 전하는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하지원은 자립심 있는 역할을 주로 해왔고, 그러다보니 마냥 예쁜 모습보단 강인한 모습이 자주 부각됐다.

하지만 최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정도윤 이하나 연출 조수원, 이하 '너사시')에선 달랐다. 하지원이 연기한 오하나는 가족과 함께 살며 화목한 가정에서 지냈고, 일적으로도 프로페셔널 했다. 멋진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최원(이진욱)에게 17년간 사랑 받았고, 훈훈한 남자들과 연애도 해왔다.

'너사시' 종영 후 만난 하지원은 '너사시'를 통해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오하나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던 커리어우먼의 모습에 만족했고, 오하나로 살았던 인생이 참 즐거웠다.

하지원은 "대중이 '왜 이렇게 맨날 못사는 역할만 하고 예쁜 옷도 안 입냐'고 하니 만족시켜주고 싶었다"며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에 준비도 많이 했다. 오피스룩 등 겉모습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 상상 있잖아요. 저는 배우라 오피스룩을 입을 일이 없었는데 하나는 회사 생활을 하고 패션 쪽 일을 하다보니 제가 생각해도 되게 멋있고 굉장히 당당하고 예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입고 싶은 오피스룩도 다 입어보고 저만의 사무실에서 많이 즐겼어요. 집에서 하나 만큼 건어물녀는 아니지만 되게 편하게 있는데 사과머리도 하고 그런 모습이 또 제 모습이라 하지원과 하나의 중간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실제로 하지원의 패션은 매 회 화제가 됐다. 오피스룩은 물론 가방을 두개 이상 매는 등 독특한 포인트도 줬다. "원래 하이힐을 오래 못신는다"고 밝힌 하지원은 "많은 여성분들이 그러실 거다. 그래서 운동화를 준비해 다니는 설정을 했고, 하이힐과 운동화가 다 어울릴 수 있는 패션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겉모습을 예쁘게 꾸미는 것 외에도 하지원이 이전 캐릭터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 부분은 바로 가족과의 호흡이다. 하나는 화목한 가정에서 아빠 오정근(신정근), 엄마 김수미(서주희), 남동생 오대복(이주승)과 지냈다.

"가족이 있어서 되게 행복했어요. 강하고 카리스마 있고 보이시하고 이런 역을 하다 보니까 가족이 없었거든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주위 분들이 '지원이, 아주 날아다녀'라고 하셨어요. 신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평상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되게 신났고 재밌었어요. 가족도 있지, 친구들도 있지, 남사친도 있지."(웃음)

이전과는 다른 평상시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자연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집에 들어가면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고, 건어물녀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풀어지는 하지원이기에 오하나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저도 사실 집에선 풀어져요. 잠옷을 입고 몰래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해요. 그런 풀어지는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대본에 있는 것보다 더 풀어지게 연기했어요. 망가진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오히려 내추럴 하게 많이 하려고 했죠. 미드 보면서 맥주 마시고 손만 뻗으면 다 있게 해놓는 하나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나도 그래'라고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조수원 감독님이 더 풀어질 수 있게 해줬어요. 제 진짜 모습을 하나에게도 넣어주시더라고요."

극중 하나의 '어우~ 야~', '말도 안돼~' 등의 말투는 하지원의 말투가 고스란히 묻어난 것이었다. 평소 하지원 말투를 연구한 제작진의 센스였다.

하지만 그런 하지원에게도 조금은 불편했던 장면이 있다. 바로 닭발 먹는 장면이다. 하지원은 "원래 닭발을 못 먹어서 엄마도 '너 닭발 어떻게 촬영했어?'라고 묻더라"며 "애드리브로 하다가 '아~' 하고 입을 벌렸는데 이진욱 씨가 닭발을 진짜 내 입에 걸어 엄청 놀랐던 적이 있다. 연습도 하려고 했는데 뼈 있는 닭발은 아직 어려워서 닭발 모양같은 치킨을 먹었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담감도 따랐다. 원작이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주위에서도 '부담 되겠다'는 말이 많이 들려왔다. 하지만 하지원은 "모든 작품 할 때마다 부담감이 있다"며 다른 작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확고히 했다.

"부담감 없는 작품이 없어요. 근데 그런 부담감을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아마 스트레스 받아서 못 할 거예요. 일단 스타트 하면 저는 그냥 앞만 보고 'GO' 하는 스타일이라 뭔가 미련을 두고 '이렇게 될까, 저렇게 될까'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택한 거잖아요. 원작보다 너무 하나와 원이의 이야기에만 집중된 것과 하나와 원이가 17년 우정에서 연인으로 될 때까지의 과정이 오래 그려지지 않아서 아쉽긴 한데 16부작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너사시'는 확실히 하지원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줬다. "지금도 뭔가 열차를 타고 있는 것 같다. 내 사무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 할 정도로 '너사시'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크다.

"'너사시'에선 사무실이라는 제 공간이 있어서 좋았어요. 점심시간 때 밥 안 먹고 사무실에서 대본 읽으며 초콜렛 먹고 향도 켜보고 정말 제 사무실처럼 이용해서 정이 많이 들었죠. 다른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데 '너사시'에서 마케팅 팀 오하나 팀장으로 정말 많이 즐겼어요. 대리만족 한 거죠. 드라마 하는 동안 하나만 생각했어요. 제가 워낙 단?呼?? 판타지의 시간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왔는데 이제 하지원에 대한 생각도 해야죠."

한편 하지원은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9월부터 영화 '목숨 건 연애'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배우 하지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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