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가요제', 이제는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펑! 펑!'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자 강원 평창군의 어두운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자 서둘러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3만 관객의 발걸음에 지르밟혀지는 쓰레기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가장 성대했던 가요제. 그리고 화려한 불꽃놀이와 부끄러운 쓰레기의 공존.

'무한도전 가요제'가 이제는 초심을 돌아봐야 할 때다.

8년 전에 열린 1회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는 역대 가요제 중 가장 '무한도전'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이 '무한도전'다운 것인지는 이견이 있겠으나, '강변북로 가요제' 당시 어설프게 노래하고 춤추는 멤버들의 무대가 시청자들에게 썩 재미를 준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무한도전'의 핵심은 그들의 도전 그 자체다. '성공'은 도전 다음의 이야기다. '무한도전'이 지금의 '국민 예능' 수식어를 얻게 된 건 매주 새로운 특집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에 감동 받는 건 도전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노력의 '진심'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한도전 가요제'는 성공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놀랄 만한 인기 가수를 섭외해 협업을 추진하고,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완성도 높은 노래를 내놓으려고 한다.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강변북로 가요제' 당시 현장을 지나던 30여 명의 시민이 관람했던 것과 달리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스크린 관람까지 포함해 무려 4만 명이 지켜봤고, 이마저도 입장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이가 부지기수다.

박명수가 아이유와 EDM 장르의 도입을 두고 대립한 장면은 현재 '무한도전 가요제'의 달라진 위치를 여실히 드러낸 장면이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과연 어떤 노래를 내놓아야 하나'란 질문에 박명수는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노래를 찾았다. 오히려 성공 여부를 떠나 평소 자신이 꿈꾸던 랩에 도전한 정준하의 노래가 어설펐을지언정 좀 더 도전의 진정성 면에선 의미가 있었다.

가요제를 뒤덮은 쓰레기는 관객들의 의식 문제일 수밖에 없다. 관객이자 '무한도전' 팬인 이들은 더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에게 쓰레기를 남긴 셈이다.

다만 애당초 '무한도전'의 품이 수만 명의 관객을 껴안기는 버거웠던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현장에선 물밀듯이 밀려오는 관객들에 비해 진행요원의 수는 이들을 감당하기에 여실히 부족해 보였다. '무한도전'의 예상보다 규모가 비대해진 가요제였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어쩌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몸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쓰레기 문제는 관객이 몇 천 명이었다면, 또는 몇 백 명이었다면, 혹은 '강변북로 가요제' 때처럼 30여 명뿐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다. 꼭 성공해야 '무한도전'이 아니다. '역대 최고의 가요제'가 될 필요도 없고, 노래가 완벽해야 감동이 큰 것도 아니며, 새로운 음악을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해야 할 의무감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혹은 '국민 예능'이니 국민들에게, 토요일 저녁마다 소소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한도전'은 그대로 '무한도전'인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