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택 "군인 할인으로 봤던 '여신님이 보고계셔', 이렇게 빨리 기회 올줄이야…"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끼가 남다르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 줄 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엔젤 역을 맡아 짙은 화장을 하고 섹시하게 끼를 부리던 배우 송유택(28)은 현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는 첫사랑을 간직한 남한군 신석구 역을 맡아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송유택이 출연중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총성이 빗발치는 한국전쟁 한 가운데 조용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국군과 북한군이 모두 살아남기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전을 펼치며 희망과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재학중 뮤지컬 '스페셜레터'로 데뷔한 뒤 곧바로 입대했던 송유택은 지난 2013년 전역 직후 뮤지컬 '날아라 박씨'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뮤지컬 '킹키부츠'에 이어 인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출연하게 된 송유택은 "갓 전역하고 사회에 어떻게 나올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며 여전히 얼떨떨한 듯 웃어 보였다.

확실히 전역 후 무대에 곧바로 올라 적응이 빨랐다. 닥치는대로 오디션을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마침 흥미로운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고, 송유택은 그 기회를 거머쥐었다. '킹키부츠'는 '완전 재밌게 놀 것 같다'는 생각에,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초연부터 광팬이었기에 함께 하고 싶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송유택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군인이었던 송유택은 공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공군 군악대에서 노래도 하고 춤도 췄기에 그나마 갈증은 덜했지만 종합적으로 전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군인들의 이야기인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군인할인'이 눈에 띄었다.

"충무아트홀에 군복을 입고 갔어요. 휴가 나온 날이라 군복 입고 혼자 가니까 사람들이 쳐다보긴 했는데 그 시선을 또 즐겼죠.(웃음) 진짜 군인이 군인들 보러 온거잖아요. 거의 정중앙에 예매를 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복귀하고나서 당시에 병역 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던 때라 근절하자는 취지로 연극제 같은 대회가 열렸는데 '여신님이 보고계셔' 생각이 나더라고요. 군악대니까 '여신님이 보고계셔' 넘버를 따와서 편곡하고 라이브 밴드로 반주해서 공연했어요. 1등해서 포상휴가 받았는데 포상휴가 나와서 또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봤어요. 전역해서도 다 봤어요. 저한테는 휴가를 줬던 고마운 작품이기도 한데 그만큼 제게 인상 깊게 다가왔거든요."

군복을 입고 '여신님을 보고계셔'를 보면서 배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작품이 탐났다.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 송유택은 지금도 '여신님이 보고계셔' 무대에 서는 것이 꿈만 같다. 기회가 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실력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저걸 할 정도가 되려면 발로 뛰고 해도 모자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무대 위에서 정말 좋은 합을 보여준 배우들의 힘이 온전히 제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평소에도 작품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프레스콜 영상까지 다 보고 갔을 정도예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들었죠. 특히 (최)호중이 형이 정말 최고였어요. 호중이 형 나온 '빨래'는 예매해서 7번 봤어요. 팬의 마음으로 너무 좋았죠. 지금 '여신님이 보고계셔' 팀 안에서도 별명이 '연뮤덕'이에요.(웃음) 그렇게 좋아한 '여신님이 보고계셔'니까 지금 얼마나 재밌겠어요. 지난 공연 하셨던 분들은 정말 존경 받아 마땅한 분들이에요."

송유택은 한 관객의 입장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사연이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오디션 때부터 남달랐다.

"원래 주화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당시 '킹키부츠'를 하고 있어서 금발이었는데 그게 신경 쓰여서 일부러 군복을 입고 갔죠. 소개에 '머리는 미군, 의상은 국군, 오디션은 인민군으로 보러 온 송유택입니다'라고 썼어요. 평소 같았으면 오디션이라는 압박감에 '어떻게 해야하지' 했을텐데 편하게 봤어요. 하는 도중에 석구 대사도 하고 노래도 했는데 나중에 석구가 됐죠."

그렇게 송유택은 석구가 됐다. "시골의 강아지풀"이라고 석구를 정의한 송유택은 사실 석구의 이야기가 동화 같이 느껴져 자신에게는 없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평소 장난기도 많고 흥이 많아 순수한 석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렇다고 불순하다는건 아닌데"라며 웃어 보인 송유택은 "석구는 너무도 순수하다"며 석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석구의 첫사랑이 제 첫사랑이랑 굉장히 똑같아요. 물론 저는 연상의 누나는 아니었고 중학교 때 오래 좋아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소식을 아예 모르지만 다른 동창 친구들이 절 만나면 '걔 안 찾아보냐'고 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석구도 어떻게 보면 누나를 처음부터 이성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점점 감정이 커진거죠. 저도 그 때 그랬어요. 관심 없다가 굉장히 좋아하게 됐죠. 석구랑 똑같았어요. 성인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석구도 마을 사람들이나 엄마한테 '나 저 누나랑 결혼할거야'라고 그랬을 것 같은데 저도 어릴 때 소극적인 성격이 아니라 첫사랑한테 선물도 다 요란하게 챙겨주고 그랬어요. 근데 그런건 여자들이 싫어한다면서요?"(웃음)

송유택은 자신의 첫사랑과 석구의 첫사랑 이야기를 대입하며 학창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제 첫사랑은 팔방미인이었어요. 전 음악 시험 때 대충 리코더로 애들 웃길 생각에 삑사리 내고 그랬는데 그 친구는 피아노 치고 그래서 반했죠.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 하고.. 그 친구 좋아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근데 석구도 그랬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그 때 감정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중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았죠. 석구는 징집 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돼서 더 애틋한 게 있는 것 같아요."

송유택은 자신의 감정을 비롯 많은 사람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에게 첫사랑에 대해 물었고, 그 감정을 많이 느끼려 했다. 감사하게도 '그걸 왜 궁금해해'라는 분은 없었다. 신나서 이야기 했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누구나 첫사랑 앞에 순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첫사랑의 설렘을 갖고 시작했지만 막상 석구는 송유택에게 큰 어려움을 줬다. 여섯명의 인물 중 제일 처음 개인사가 나오고 더 깊게 극에 빠지게 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고민도 많고 부담도 많았다. 공연 일주일 전까지도 멘붕 상태였다. '나 이러다가는 짤리겠다' 싶을 정도였다.

"저 자신을 깨지 못해 너무 짜증이 났어요. 기가 죽었었나봐요. 내 이야기를 석구로서 떳떳하게 했어야 하는데 이 사람들과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저를 너무 가둬두고 혼자 끙끙 앓았죠. 석구를 보여줘야 하는데 저 자신조차도 못 보여줬으니 힘든게 정말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도대체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되나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을 정도예요. 감사하게도 다들 저를 걱정해주셨고 도움을 청했을 때 안 받아준 분이 한 명도 없었어요. 특히 (이)규형 형은 같은 역이니까 많은 도움을 줬어요. 딱 힘들 때 연락을 주셔서 소름 돋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잘 해야 된다는 생각에 석구 이야기를 쉽게 넘길 수도 있을텐데 '꽃봉오리'에 대해 많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도움 받으면서 많이 깨기 시작했죠."

그렇게 힘들게 석구에게 다가갔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한 날 다들 기다렸다는 듯 송유택에게 박수를 쳐줬다. 뒤늦게 울컥했다. 창피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동생들도 송유택을 걱정했고, 특히 영범 역 배우들은 바쁜 와중에 개인 노트를 줬을 정도로 송유택에게 신경 써줬기에 고마움도 컸다.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그림에 자신이 섞이지 않았다고 자책하던 그를 동료들이 끌어준 셈이다.

"좋은 작품임을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에 부담감을 스스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다같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나올 수 있는건데 열려 있지 않고 이기적이었던 거죠. 교감을 하니까 깰 수 있었어요. 여신 역 손미영, 최주리 누나도 많이 도움이 됐는데 '내 눈을 보고 얘기하는게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줬을 때 찔리기도 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그만큼 못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 교감하려고 했고 덕분에 조금씩 눈을 보는 법을 배웠죠. 다행히 많은 분들이 제 얘길 들어줬어요. 새벽에 뜬금 없이 '저 할 얘기 있는데요..'라고 연락해도 들어주셨죠. 너무 감사했어요. 다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올리고나니 이제는 무대 위가 참 재미있다. 사연인 만큼 이전 배우들이 받았던 사랑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폴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한편 송유택에게는 '여신님이 보고계셔' 이야기 외에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 '킹키부츠'와 군인들이 영화 '레미제라블'를 패러디해 만들었던 영상 '레밀리터리블'이 궁금했다.

'킹키부츠'에 대해 송유택은 "엔젤 역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여러가지를 보여드리니 기회를 주신 거죠. 여섯번 정도 오디션을 보고 붙었어요. 뮤지컬 경쟁률이 굉장히 세잖아요. '킹키부츠'는 유독 그랬어요. 면밀하게 즐겼죠. 하나 하나 단계들이 재밌더라고요. 운이 좋아 합격했는데 하게된 후 이렇게까지 즐거울 줄 몰랐어요. 사랑 받아서 더 재밌었고. 여장을 하니까 저희 어머니도 못 알아보셨는데 아버지는 알아보셨어요. 주위에서 다들 못 알아보는 것도 재밌었죠. 명동 가서 여자 옷 샀을 때가 기억에 남는데 연습 때도 여자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곧바로 명동으로 갔어요. '이왕 입을 거 화끈하게 입어버리자'고 해서 쇼핑을 했는데 처음에는 부담스럽다가 30분 지나니까 여자들 틈에 둘러싸여서 여기가 더 싸다면서 먼저 고르고 세시간 넘게 쇼핑했어요."(웃음)

이어 송유택은 '레밀리터리블'에 대해 "군악대라 영상을 만들 수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역할이 크진 않았다. 성악하는 친구들 톤이 더 맞았기 때문에 나는 면회실 청소하는 병사를 맡았는데 되게 재밌었다"며 "그게 그렇게까지 이슈가 될 줄도 몰랐다. 병사들끼리 낄낄대고 말겠지 했는데 굉장히 유명해지고 나에게까지 씬 스틸러 느낌이라며 인터뷰 요청이 와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송유택은 참 재능 많고 끼 충만한 배우였다. 무대 위에서 계속 보고 싶은 배우였고, 앞으로 더 많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그만의 에너지가 있었다.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아 떨린다더니 "이렇게 제 얘기를 하는 것도 되게 재미있네요"라며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그의 모습이 대범하면서도 비범하게 느껴졌다.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밖엔 길이 없는 것 같아요. 순간 감정에 최선을 다 해서 온전히 정서를 전달하는게 최선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모자람 없이 꾸준히 연구하고 잘 해서 잘 하는 것 이상으로 오감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될 거예요. 그 도달점으로 가기 위해 많이 연구해야겠죠? 온전히 제 마음을 다 쓸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 공연시간 110분. 문의 1544-1555.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송유택.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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