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국해성이 '국대급 외야진' 속에서 버티는 방법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해성 스타일로 야구를 하고 있다."

두산 외야수 국해성은 2008년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1군 데뷔는 2012년에 성사됐다. 당시 단 3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좀처럼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두산의 '국대급 외야진'(김현수 정수빈 민병헌)을 뚫는 게 쉽지 않았다. 박건우, 정진호 등 기존 외야 백업들과의 경쟁도 만만찮았다.

국해성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정수빈과 민병헌이 부상으로 자리를 지우자 김태형 감독은 국해성을 1군에 콜업했다. 정진호를 벤치에 앉히고, 국해성을 지난달 31일과 1일 잠실 삼성전서 잇따라 선발 출전시켰다. 국해성의 올 시즌 1군 성적은 7경기 출전, 14타수 2안타 타율 0.143 1홈런 5타점.

▲데뷔 첫 안타가 홈런

국해성은 강렬한 1군 신고식을 했다. 31일 잠실 삼성전. 2-11로 뒤진 9회말 2사 3루 상황서 백정현의 직구를 잠실구장에서 가장 깊은 우중간 쪽으로 날렸다. 투런포. 승패와 무관한 한 방이었지만, 1군 데뷔 첫 안타.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만큼 국해성의 파워가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2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국해성의 몸은 근육질이었다.

국해성은 "어릴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 조금씩 그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 감독도 "예전엔 파워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잠재력은 있었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를 했다"라면서도 "지금은 파워가 좋아졌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국해성 스타일로 야구를 잘 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데뷔 첫 안타가 홈런이 된 걸 두고 한 말이었다.

수비력과 주력도 괜찮았다. 1일 잠실 삼성전 4회 박찬도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전력 질주, 머리 위에 떠오른 상태에서 점프 캐치로 처리했다. 국해성의 주력과 타구를 캐치하는 감각이 돋보였던 장면. 지난 2~3일간 백업 외야수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했다.

▲1군에서 살아남는 방법

두산 외야수들이 1군에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국해성 역시 당장 김현수, 정수빈, 민병헌을 뛰어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올 시즌을 끝으로 정수빈이 군 입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건우, 정진호와도 치열한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주전이 될 수 있다. 여전히 국해성 앞 날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

그런데 국해성에게 인상적인 건 지난 수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왔고, 꾸준히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은 부분이다. 그는 "솔직히 2군에 오래 있으면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오래 갖고 있으면 안 된다. 훈련으로 잊어야 한다. 내가 잘하기만 하면 적어도 한 번은 1군에서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본래 파워가 좋지 않았지만, 묵묵히 벌크업을 통해 수준급 파워를 키웠다. 결국 작은 틈을 파고 들어 1군에서 선발 출전기회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국해성의 1군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두산처럼 야수진이 두꺼운 팀에서 저연차 선수들에게 필요한 일종의 교과서 같은 모습.

국해성은 "다 잘 하고 싶은데, 파워로 장점을 어필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도 그걸 원한다. 나 역시 파워와 함께 수비와 주루를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민병헌이 선발라인업에 돌아왔고, 정수빈도 곧 1군에 돌아올 게 확실시된다. 국해성이 1군에서 살아남는다면 대타이자 백업 요원. 그 역시 타석에서의 한 방과 건실한 외야 수비와 주력을 보여준다면 1군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친 상태다. 타격의 디테일함을 보완하고, 좀 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국해성은 "공격적으로 하겠다. 개인목표는 없다. 1군에서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팀이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국해성 정도의 입지에서 내걸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이자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국해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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