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거액 투자해 로저스 잡아온 진짜 이유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70만 달러냐 100만 달러냐는 중요하지 않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몸값을 두고 하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화는 올 시즌 내내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팬들을 위한 선택을 했다.

로저스 영입은 한화의 강력한 승부수다. 지난 1일 로저스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로저스는 192cm 90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우완투수. 평균 150km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가 주무기다. 올해는 커터와 스플리터, 체인지업도 간간이 섞어 던졌다. 일단 올 시즌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뛰었다는 점에서 "긴 이닝 막아줄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던 김성근 한화 감독을 만족하게 할 만 하다.

문제는 오버페이 논란이다. 일단 한화가 발표한 로저스의 연봉은 70만 달러. 하지만 다음날 미국 CBS스포츠 존 헤이먼 기자는 자신의 SNS 트위터를 통해 "로저스가 100만 달러를 받고 한화로 이적했다"고 전했다. 기본 70만 달러에 이적료 등을 포함하면 비슷한 금액이 나올 수 있다. 일단 지난해까지 30만 달러였던 몸값 상한선이 폐지됐으니 규정을 어긴 건 아니다. 단순히 '한 시즌 내내 쓸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게 주고 데려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뿐.

하지만 로저스가 잘 던져주면 이러한 논란은 쏙 들어간다. 현재 한화는 49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를 바로 선발로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로저스가 5선발 로테이션을 돈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9~10경기에 등판 가능하다.

시즌 전적 48승 47패로 5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화는 선발투수 한 명이 절실했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49로 리그 9위에 처져 있다. 박정진-권혁-윤규진을 앞세운 필승조의 힘으로 버텼다. 계투진 평균자책점은 리그 2위(4.36)다. 어깨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된 쉐인 유먼이 빠진 자리는 컸다. 물론 유먼이 A급 투구를 보여준 건 아니지만 2연전 체제로 전환되는 8월 이후 승부처에서 외국인 투수 한 명을 비우고 가는 건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데려온 게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뛴 로저스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팬들이 원하는 건 성적이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11년을 제외한 매 시즌 최하위였다. 특히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로 자존심을 구겼다. 김 감독 부임 첫해인 올해는 초반부터 꾸준히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악바리 근성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올해 홈경기 매진이 45경기 중 18경기. 매진 시 승률도 66.7%(18경기 12승 6패)로 아주 좋다. 매진이 아니더라도 대전에는 연일 구름관중이 몰려든다. 지난 3년간 최하위의 아픔을 함께했던 팬들이다. 이들에게 가을야구는 어마어마한 선물이다. 한화 구단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올 시즌 팬들께서 어느 때보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보답하는 길은 성적, 즉 가을야구다. 로저스 영입도 가을야구를 위한 투자"라고 귀띔했다. 한화 팬들은 로저스가 가을야구 도우미로 뜨면 '오히려 몸값 더 줘도 된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가을야구에 목말라 있다.

과연 로저스가 한화 팬들을 웃게 할 것인가. 한 번 지켜보자.

[에스밀 로저스. 사진 = AFPBBNEWS]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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