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2군행' 이성민 SNS 파문에 대처하는 롯데의 자세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프로야구 선수의 본분을 잊으면 벌을 받는 법이다.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의 경기 중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이하 SNS) 파문이 확대된 이유다. 일단 소속팀 롯데는 발 빠르게, 용감하게 대처했다. 순위 다툼이 한창인 상황에서 마무리투수의 2군행을 결정했다.

이성민이 경기 도중 SNS에 접속한 사실이 팬들에 의해 공개됐다. 수원 kt wiz전이 열린 2일 오후 6시 52분 SNS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한 이용자의 팔로우 신청을 받았다. 문제는 경기가 시작한 지 52분이 지난 상황이라는 점. 대개 마무리투수는 구단 버스 또는 라커룸에서 대기하다 중반 이후 불펜에서 몸을 풀기 마련이라 더그아웃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건 아니다. KBO 측이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이유. 하지만 어찌됐든 동료들이 한창 경기에 집중하던 시기에 이른바 '딴짓'을 한 자체로 면죄부를 받긴 어렵게 됐다.

게다가 이성민은 이날 마운드에 올랐다. 휴식일도 아니었다. 팀이 8-5로 앞선 2사 3루 상황에서.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면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후속타자 앤디 마르테에 볼넷을 내준 뒤 김상현에 동점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9-8로 앞선 9회말에도 1사 1, 2루 상황에서 김진곤에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결국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졌고, 롯데는 12회말 김상현에 끝내기 안타를 맞아 9-10으로 졌다. 트집 잡기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하나 걸린 셈이다. 이성민도 유구무언일 수밖에.

롯데의 대처는 빨랐다. 구단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일단 내일(4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이성민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전망. 팀이 전날(1일) kt에 창단 최다 득점과 안타 기록을 헌납하며 6-19로 대패, 분위기가 침체됐음에도 경기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일단 자체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전에 2군행으로 분위기를 추슬렀다.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으나 'SNS 파문'이 이유인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성민은 향후 10일간 1군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파블로 산도발(보스턴 레드삭스)이 지난 6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경기 중 휴대전화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하필이면 팀이 2-5로 끌려가던 상황이라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산도발은 한 여성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게 들통났다.

이성민은 지난 5월 2일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그는 다음날(5월 3일) 롯데 합류 직후 "어느 팀이건 기회는 있으니 잘 잡아야 한다. 팬들의 열정이 대단한 팀이다. 승리를 위해 열심히 던지는 게 팬들께 보답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큰 실망을 안겨줬다. 팀 성적이 좋다고 해도 용서받기 어려운데, 2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라 더 그랬다.

롯데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성민은 2일 경기에서 부진했지만 7월 마지막 3경기에서 2승 1세이브를 거뒀고, 이 기간에 3⅓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지난달 12경기에서 2승 2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으나 5월과 6월 21경기에서는 3승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88 좋은 성적으로 롯데 불펜의 핵심자원이 됐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전반기 막판부터 이성민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그렇지 않아도 불펜이 약한데, 이성민마저 이탈하면 나머지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된다.

4일부터 KBO리그는 2연전 체제로 전환된다. 투수 한 명이 무척 소중하다. 그런데 이성민은 앞으로 10일간 1군에 올라오지 못한다. 이 기간에 롯데는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를 차례로 만난다. 어느 하나 쉽게 잡고 갈 만한 팀이 없다. 롯데는 4일 오전 현재 시즌 전적 45승 52패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한화(48승 47패)에 4경기 차 뒤진 상황. 4차례 2연전에서 무너지면 그야말로 끝이다. 그런데 마무리투수를 빼고 버텨야 한다. 이성민이 1군에 있을 때도 이 감독은 "더 좋은 선수가 오는 건 어렵다"고 했다. 그만큼 불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 이성민의 행동이 팀에 엄청난 피해를 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옛말에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성민이 용서받는 길이다. 롯데는 순위 다툼이 한창인데도 참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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