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끝내 '정도전'이 되지 못했던 이유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정도전' 후속으로 방영한 KBS 1TV 대하사극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은 그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시청률은 10% 초반대에 머물렀고, 더 이상의 하락도 상승도 없었다. 이유가 뭘까.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전시 총사령관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류성룡(김상중)이 임진왜란 7년을 온 몸으로 겪은 후 집필한 전란의 기록이다. 드라마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전쟁 중,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모습을 담아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임진왜란은 가장 치열하면서도 치명적이었고 치욕적인 전쟁이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왜군의 칼에 목숨을 잃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처참하게 유린 당했다. 특히 선조는 백성들을 등지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려 해 지금까지도 역사적 죄인으로 낙인 찍혀 있다.

전개와 결과가 뻔한 사극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이 만들어낸 극적 재미에 있다. 그런 점에서 김상중의 류성룡과 김태우의 선조가 '징비록'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당위성이 부여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분명 두 사람의 행동에는 고개를 끄덕일만한 당위성이 부여됐다. 선조는 스스로가 곧 조선이었기에 왜군들에게 붙잡힐 수 없어 도망을 간 것이었고, 류성룡은 오로지 국가와 백성을 위해 움직였다. 두 사람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치열하게 대립했고, 결국 마지막회에서 류성룡은 선조를 호되게 꾸짖으며 스스로 모든 권력에서 물러났다.

임진왜란이라는 큰 전쟁 속에서 류성룡을 중심으로 그가 꿈꾸던 이상향이 뭔지에 초점을 맞춰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전개로 흡인력을 갖추길 바랐지만, 워낙 등장인물들이 많았던 탓에 이야기는 조각조각 흩어지고 말았다. 김상중 김태우 김혜은 이재용 등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정도전'에서 보여준 임팩트 강한 촌철살인 대사가 다소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여기에 애초 계획에 없던 이순신의 등장은 류성룡이 중심이 되어야 할 '징비록'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비록 출연 비중이 적었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순신의 활약에 높은 기대를 걸면서 '징비록'의 당초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만약 제작진의 의도대로 이순신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과연 '징비록'은 어떻게 됐을까.

한편 '징비록' 후속으로 배우 송일국 주연의 '장영실'이 내년 1월 방송 예정이다.

[KBS 1TV '징비록' 마지막회 주요 장면. 사진 = KBS 방송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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