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정윤혜 "살 빼고 다시 오란 말에 20kg 감량"(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일극 '위대한 조강지처'의 철부지 여대생 한공주. 조경순(김지영), 한기철(이종원) 부부의 딸인데, 엄마, 아빠 빼닮아 영특하지 못하고 눈치도 없어 툭하면 엄마 경순의 구박에 얻어맞기 일쑤다. 다만 배시시 웃는 게 퍽 순진한 아가씨다. 이 철딱서니 한공주를 연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게 정윤혜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바로 그 정윤혜다.

"처음 연기할 때는 일곱 명이 다같이 오르는 무대보다 제가 더 많은 짐을 짊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만큼 열정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위대한 조강지처'를 즐겨보는 이들 중에는 한공주가 걸그룹 멤버란 사실에 '정말?' 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레인보우로 무대 위에서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던 그 정윤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능청스럽게 연기 중으로 이보희, 김지영, 이종원 등 현장에 내로라하는 스승이 즐비한 까닭이다.

"선배님, 선생님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대기실에서도 항상 연습하시고 저한테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선배님들 보면서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해야겠다' 싶은 각오가 생겨요. 저에겐 정말 좋은 자극이 되고요.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어여쁜 외모와 달리 어릴 때부터 악바리 근성이 있었다. 가수와 배우의 꿈을 처음 가진 게 중학교 2학년 때인데, 정윤혜가 '연예인 되고 싶다' 하자 주위에선 다들 비웃었다. "그때 제가 많이 뚱뚱했거든요. 지금 소속사에서도 저한테 '살 빼고 와라' 하셨어요."

툭 던진 말에 어린 정윤혜는 이를 악물었다. 한 달 만에 12kg을 빼고 다시 DSP미디어를 찾아갔다. 그런데 '어쭈 이 녀석 봐라' 싶어 "더 빼고 와라"란 말만 되돌아왔다. 열 다섯 살 정윤혜는 만만치 않았다. 끝내 처음 찾아갔던 날보다 20kg을 뺐고, DSP에서도 이 야무진 여중생을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때 아니면 왠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때가 중2 겨울 방학 때였는데 체중을 감량해서 제 의지를 어필해야겠다 싶었죠. 근데 사실 너무 힘들었거든요. 새벽에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몽쉘통통' 먹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엄청 혼났어요. 그래도 울면서 꾸역꾸역 다 먹었죠. 하하."

김재경, 고우리, 오승아, 노을, 김지숙, 조현영 그리고 정윤혜. 2009년 데뷔한 일곱 명의 레인보우에서 사실 정윤혜는 큰 주목을 받는 멤버는 아니었다. 스스로도 '난 왜 안 되지?'란 우울한 생각이 끈질기게 초조한 마음을 뒤쫓기도 했다.

그때마다 레인보우 멤버들이 정윤혜에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줬다. 어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정윤혜에게 멤버들은 "더할 나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전 원래 혼자 하는 게 두려웠어요. 항상 밥도 같이 먹고 모든 걸 같이 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스무 살이 되면서 성인이란 이름을 달고 '독립'해야 한다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그리고 레인보우 안에서도 그동안 스스로 제 자신을 못 찾았어요. '왜 안 되지'란 생각만 하고, 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주변에선 계속 절 응원해줬어요. 그러자 저도 어느 순간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하고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절 믿고 응원해준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졌어요."

'위대한 조강지처'는 결국 정윤혜가 끝내 두려움을 깨고 나와 스스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순간인 셈이다. 물론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레인보우는 늘 하나였고, 일곱 명이 하나였기 때문에 레인보우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레인보우에서 제가 색깔이 뚜렷한 멤버는 아니었어요. 슬럼프도 있었고요. 하지만 다음에 레인보우 새 앨범이 나오면 많은 분들이 '어? 저 친구가 레인보우였어?'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할 거예요. 오히려 지금의 제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도록이요."

보라색. 레인보우에서 정윤혜의 색깔이 보라색이다. 가장 끝이지만 결국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색.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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