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시장 현실과 2차드래프트, 삼성의 전략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즉시전력감을 뽑아야죠."

KBO리그 트레이드 시장이 7월 31일자로 문을 닫았다. 올 시즌 도중 성사된 트레이드는 총 6건. 무려 31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2건, 단 5명의 선수만 시즌 중 이동한 걸 감안하면 확실히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은 요란했다.

그러나 여전히 KBO리그 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여전히 트레이드는 쉽지 않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단 실무자들끼리 트레이드 카드를 최종적으로 합의하더라도 감독을 비롯한 현장, 단장, 사장 등 프런트 최고위층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 거래가 무산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물론 팀간 16차례 맞대결에 따른 직접적인 부메랑 효과, 매년 거의 모든 팀이 포스트시즌에 사활을 거는(리빌딩이 쉽지 않은) 구조 등 트레이드를 꺼리게 하는 KBO리그만의 특성이 있긴 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트레이드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는데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니까 무산된다"라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전력보강이 절실했던 신생팀 KT의 거래를 제외하면 올 시즌 트레이드는 3건, 타 팀으로 이동한 선수는 16명으로 확연히 줄어든다.

▲2차드래프트와 트레이드 시장

류 감독은 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2차드래프트 때문에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2차 드래프트는 한국형 룰5 드래프트. 신인지명 이후 기회를 받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필요한 팀이 데려가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 물론 2차드래프트 때 선수를 잡은 구단은 양도금을 전 소속구단에 줘야 한다. 2011년과 2013년 시행됐고, 올 시즌 후 세 번째 2차드래프트가 진행된다.

2차드래프트 대상자는 외국인선수, 군 보류선수, FA를 선언한 선수와 구단이 지정한 40명의 보호선수 외의 모든 선수. 팀당 최대 5명씩 영입할 수 있는 이 제도는 각종 맹점도 지적되지만, 확실한 전력보강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 허준혁(SK서 두산 이적) 등 두 차례 실시된 2차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일부 선수들이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다.

류 감독 말은 어차피 올 시즌 직후 2차드래프트를 통해 매물을 내놓지 않고도 괜찮은 선수를 뽑을 수도 있는데, 굳이 시즌 중에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삼성, 2차드래프트에 눈독

삼성은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 참전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지난주 대전 원정서 "트레이드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삼성이 알고 보면 쓸만한 백업 자원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수년간 1위를 차지하면서 신인드래프트서 좋은 유망주들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타 팀들도 이러한 사정을 알기 때문에 삼성과의 트레이드에 소극적이라는 게 류 감독 해석.

때문에 류 감독은 올 가을 2차드래프트서 전력보강을 하고 싶은 뜻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팀이 내야 백업이 부족하다. 2차드래프트서 괜찮은 내야 백업이 있으면 데려오겠다"라고 했다. 이어 "백업 전력이 되는 선수들을 유심히 보겠다. 요즘에는 신인들이 곧바로 1군에서 활약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신인보다는 몇 년이라도 프로 세계를 경험한 2군급 알짜배기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는 것. 일단 백업 내야수들부터 살펴보겠지만, 1군에서 활용 가능한 투수 혹은 외야수들도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게 류 감독 입장이다.

한편, 류 감독은 최근 "9월에 제대하는 배영섭을 1군에 등록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2013시즌 후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 배영섭은 다음 달에 제대한다. KBO리그 규정상 삼성이 곧바로 배영섭을 현역선수 명단에 넣을 수 있다. 배영섭이 제대하면 그 다음 날부터 삼성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수준급 우타 외야수 배영섭은 분명 삼성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배영섭을 올해 선수명단에 넣어버리면 시즌 후 2차드래프트 때 40인 보류선수로 묶어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늘어난다. 그러나 삼성이 배영섭을 올해 등록하지 않으면 군 보류선수로 분류, 2차드래프트 때 자동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선 삼성이 배영섭을 올해는 등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배영섭의 가세가 분명 삼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도 삼성 외야진은 비교적 풍족하다.

[야구장 전경(위), 삼성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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