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모른다' 류중일 감독이 말하는 구체적 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건 나도 모르죠."

한 해설위원의 명언 "야구 몰라요"는 실제로 현장 지도자들, 관계자들도 매우 공감하는 코멘트. 그만큼 야구 자체에 내포된 의외성은 상당히 크다. 이변이 가장 많은 종목이 야구이고, 약팀이 강팀을 누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종목 역시 야구.

그렇다면, '야구 몰라요'의 실질적 의미는 무엇일까. 순위다툼, 타자와 투수의 승부 등 구체화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몇 가지 사항을 예시로 들어 '야구 몰라요'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넥센·두산·NC 반격여부

삼성은 최근 투타밸런스가 매우 좋다. 6연승을 내달리면서 단숨에 57승37패, 승패 흑자를 20개까지 벌어놓았다. 순식간에 2위 넥센에 4.5경기 차로 달아났다. 이번주 일정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두산, NC와 거의 격차가 없었지만, 맞대결서 연승하면서 승차를 쭉쭉 벌렸다. 3위 두산에 5경기, 4위 NC에 5.5경기 리드.

그러나 류 감독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앞으로 50경기가 남았다. 순위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했다. 사실 삼성도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됐다. 후반기 첫 주 3승3패로 보합세로 마칠 때만 해도 삼성이 이번주 NC, 두산을 상대로 5연승을 내달릴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불방망이와 선발진의 힘을 앞세워 최근 일주일간 패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선두권이 요동쳤다. 넥센도 5연승했다. 넥센은 삼성이 NC와 두산을 연파하는 사이 5연승을 내달리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번주 삼성, NC, 두산이 치열하게 선두권 다툼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류 감독은 "넥센, 두산, NC가 치고 올라올 시기가 있다고 보나요"라는 기자의 우문에 "그건 나도 잘 모른다"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아직 멀었다. 50경기가 남았다"라는 류 감독의 말에 답이 숨어있다. 삼성과 넥센이 갑작스럽게 치고 나간 것처럼, NC와 두산도 충분히 치고 올라올 기회가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수 차례 "아직은 승부수를 걸 시기가 아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야구는 1~2일 간격을 놓고 보면 장군멍군을 외치며 일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사실 1주일, 혹은 1개월 간격을 놓고 보면 큰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그 변화의 폭은 야구의 의외성과 맞물려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올 시즌 삼성의 대항마로 불린 SK의 부진, LG, 롯데와 '엘롯기 동맹'을 형성, 그대로 5강 다툼서 탈락할 것이라 예상했던 KIA의 5연승과 6위 도약 모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

사실 각 팀의 전력 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류 감독은 "우리(삼성)가 강해서 1위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체력관리를 잘 하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 팀이 강팀"이라고 수 차례 언급해왔다. 이 부분을 제대로 지킬 경우 야구의 의외성과 맞물려 어떤 팀도 해볼만한 레이스라는 의미다.

▲박석민의 타격감

삼성 상승세의 중심은 부활한 박석민. 부상과 부진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 7월 한 달간 타율 0.434, 7홈런 2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야구계에는 '야잘잘(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계속 잘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선수, 혹은 팀의 역량이 수년간 쌓아온 애버리지에 수렴한다는 의미. 박석민이 수년간 삼성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했지만, 올 시즌 전반기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월까지 타율 0.266이었던 박석민이 7월 마지막 날 타율 0.31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도 드물었을 것이다.

또 하나. 류 감독은 "박석민의 타격감이 좋은지 물어본다면 '좋다'라고 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늘 또 안타를 칠 것인지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른다"라고 했다. 야구는 상대적인 스포츠다. 변수와 의외성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박석민은 1일 잠실 두산전서 허리 통증으로 한 타석만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이 역시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 이번 허리 통증을 계기로 박석민의 타격감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김민우에게 당한 삼성타선

류 감독은 "어느 팀이든 대체로 상대 1~2선발에게는 약하고, 4~5선발에게는 좀 더 잘 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전서 100% 들어맞지는 않는다. 팀 타율 0.299의 삼성 타선도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전서 한화 신인 우완투수 김민우의 커브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당시 4⅔이닝 동안 노히트로 끌려다녔다. 결국 삼성은 그날 한화에 1-2로 졌다. 아무리 올 시즌 좋지 않은 장원삼이라고 해도 선발투수 무게감을 따지면 애당초 삼성에 유리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무참히 깨졌다.

류 감독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우리 타선을 보면 어떤 투수의 공도 다 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투수 유형이 다 다르고, 던지는 패턴도 다 다르다. 타자들이 상대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투수가 소위 말해 긁히면(공을 채는 감각이 유독 좋아 구위가 올라가고 제구가 매우 안정되는 현상) 타자들은 절대 못 친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식적으로 투수의 공을 절반 가량 안타로 연결하면 타율 0.299가 아니라 5할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함정. 김민우는 가능성 있는 투수지만, 삼성타선의 기세를 볼 때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 타자들은 김민우의 커브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또 하나. 삼성 타자들은 1일 경기서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두산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을 손쉽게 공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와잭은 예상을 깨고 삼성 최정상급 선발투수 윤성환과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지금은 덜하지만, 삼성 타선은 예전에도 유독 낯선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일종의 '야구 몰라요'의 실질적 의미. 현장에서 10개 구단의 경기력을 체감하는 지도자들 입장에선 그 의외성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서 KBO리그는 플랜B에 강한 팀이 웃는다.

[류중일 감독(위), 박석민(가운데), 삼성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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