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9.96' 레일리의 kt 트라우마, 무엇이 문제?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상하다. 참 이상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던지던 브룩스 레일리(롯데 자이언츠)가 kt wiz만 만나면 힘을 못 쓴다. 적당히 약하면 문제가 없는데, 다른 상대와 견줘 약한 면모가 너무나 도드라진다. 그것도 꼭 이겨야 할 경기에 덜미를 잡히니 답답할 노릇이다.

레일리는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롯데가 자랑하는 원투펀치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완투승 한차례 포함 6승 6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 13회에도 6승에 불과해 불운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123⅔이닝을 소화하며 99탈삼진-37볼넷, 피안타율 2할 6푼 1리,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8로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는데, kt만 만나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올 시즌 레일리의 팀별 상대전적을 살펴보자. KIA 타이거즈전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2.93(27⅔이닝 9자책), LG 트윈스전 2경기 1승 3.18(11⅓이닝 4자책), NC 다이노스전 4경기 2승 1패 2.20(28⅔이닝 17자책), 두산 베어스전 2경기 2승 0.56(16이닝 1자책), 삼성 라이온즈전 2경기 1승 2.77(13이닝 4자책), 한화 이글스전 4경기 1패 3.00(15이닝 5자책), 넥센 히어로즈전 한 경기 8.31(4⅓이닝 4자책)이다. 넥센전을 제외한 7개 구단을 상대로는 모두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kt전 성적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1점 하락

그런데 kt를 상대로는 전혀 힘을 못 썼다. 3경기에서 모두 조기 강판당했고, 2패 평균자책점 19.96(7⅔이닝 22실점 17자책)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삼진 4개를 잡아내면서 사사구 9개를 허용했고, 안타도 21개(2홈런)나 맞았다. 피안타가 이닝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의미 없지만 kt전 성적을 빼면 레일리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63(116이닝 34자책)으로 1점 이상 떨어진다. 레일리가 kt전에서 21안타를 맞은 구종을 살펴보면 패스트볼이 15개였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은 각각 2개였다.

먼저 시즌 개막전인 3월 28일 사직 kt전에서 3⅓이닝 8피안타(1홈런) 4사사구 2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2로 워낙 좋았기에, kt전 부진은 충격에 가까웠다. 타선 폭발로 팀이 승리한 덕택에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6월 11일 사직 경기에서 2⅓이닝 8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7자책)으로 또 무너졌다. 당시 롯데는 kt를 잡고 연승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가 무척 강했다. 그런데 앞선 2경기를 모두 내줬고, 4일 쉬고 나선 레일리마저 무너졌다. 당시 롯데는 kt에 종전 한 경기 최다득점(16점) 기록까지 헌납했다. 홈 3연전 스윕패. 최악의 참사였다. 이 여파가 컸다. 롯데는 결국 6월 21경기에서 6승 15패로 무너졌다.

이번에는 흐름도 좋았다. 롯데는 앞선 6경기에서 5승 1패로 순항했다. 레일리도 이날 전까지 후반기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잘 버텼고, 7월 평균자책점은 1.52로 리그 2위였다.

그런데 kt를 만나 덜미를 잡혔다. 1일 경기에서 2이닝 5피안타 3볼넷 7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수원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공포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평소보다 공이 높았고, 제구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잘 막았으나 2회말 김상현을 상대로 던진 6구째가 어이없이 백네트로 날아간 이후 무너졌다.

-첫 단추 잘못 끼운 게 문제인가

kt와의 KBO리그 정규시즌 첫 등판을 그르친 게 계속해서 레일리를 괴롭히는 듯하다. 특정 타자들에게 무척 약한 면모를 보였는데 김상현(6타수 4안타 1홈런 7타점)과 앤디 마르테(5타수 4안타 1타점), 이대형(6타수 4안타 1타점), 윤요섭(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이 '레일리 킬러'였다. 공교롭게도 전날 경기에 이대형-마르테-김상현-윤요섭이 2~5번 타자로 나섰다.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한 조범현 kt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 이들 넷은 전날 레일리를 상대로 4안타 2볼넷 4타점을 합작했다.

레일리는 분명 잘 뽑은 외국인 투수다. 이종운 롯데 감독도 만족해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 팀, 현재 최하위인 kt에 약점을 잡혀서는 더 치고 나가기 어려워진다. 다행히 지금까진 앞선 kt전 2경기에서 무너지고도 다음 등판을 매우 성공적으로 마쳤다(2경기 2승 16이닝 1자책). 롯데는 2일 경기를 포함해 kt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대로면 kt전에 레일리를 내보내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연 레일리가 하루빨리 kt 트라우마를 떨쳐낼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가 6월 11일 kt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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