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재활행보와 신중모드 그리고 허준혁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침내 그가 돌아온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31일 잠실 삼성전서 1군에 복귀, 구원 등판한다. 6월 7일 목동 넥센전 1회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을 호소한 뒤 정확히 54일만의 복귀전. 니퍼트는 31일과 내달 2일 삼성전 구원등판을 통해 몸 상태, 구위, 제구, 변화구, 경기운영 등 종합적으로 최종점검을 한다. 이 절차를 거친 뒤 다음주부터 선발로테이션을 정상 소화한다.

우측 어깨 충돌증후군. 두산은 지난 약 2개월간 니퍼트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세심하게 관리했다. 대권 도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 두산으로선 최악의 경우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니퍼트의 재활 및 복귀 스케줄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종착역 통과 직전에 이르렀다.

▲두산의 신중모드

김태형 감독은 초보 감독 같지 않다. 선수들의 조그마한 잔부상에도 민감하게 대처, 기민하게 플랜B를 내놓는다. 시즌 초반부터 철저히 큰 그림 속에서 움직였다. 두산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타에서 크고 작은 부상자가 많았음에도 2위권을 유지해온 건 김 감독의 관리야구가 한 몫을 했다.

특히 니퍼트의 복귀행보는 관리야구의 정점. 6월 8일 MRI 검진결과 별도의 약물 및 물리치료 없이 보강 운동만으로 재활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소견이 나왔다. 약 2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복귀까지는 약 2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사실 투수에게 어깨 통증은 팔꿈치 통증과는 또 다르다. 두산도 충분히 감안했다. 지난 몇 년간 등 근육 통증으로 고생했을 때보다 더욱 세심하게 관리했다.

일단 니퍼트에게 일정기간 휴식을 부여했다. 니퍼트는 6월 17일 대구 삼성전 직전 캐치볼을 통해 다시 볼을 잡았다. 이후 ITP(단계별 재활프로그램)를 통해 서서히 공을 던지는 거리를 늘렸다. 그리고 7월 초부터 하프피칭에 들어갔다. 이후 불펜피칭을 몇 차례 소화했고, 20일 잠실구장에서 처음으로 라이브피칭을 했다. 타자를 세워놓고 실제 경기를 하는 것처럼 공을 던졌다. 그리고 26일 퓨처스리그서 2이닝 동안 실전 등판을 했다. 29일 등판은 비로 취소되면서 불펜 피칭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모든 재활 등판 일정을 마쳤다. 중요한 건 이 기간 니퍼트가 어깨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 이전 단계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신중한 대처는 니퍼트 입장에서 복귀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김 감독도 허준혁과 진야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니퍼트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았다. 니퍼트로선 자연스럽게 재활에만 몰두했던 2개월.

▲허준혁의 발견과 상승효과

두산 선발진은 시즌 초반부터 변수가 많았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골반 통증으로 개막전 등판이 무산됐을 때부터 임시 5선발로 진야곱을 준비시켰다. 진야곱이 몇 차례 가능성을 보이자, 니퍼트 복귀 이후에도 계속 5선발로 활용했다. 그리고 또 다른 선발후보 이현승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후 장원준이 경미한 팔꿈치 통증으로 1~2차례 선발을 걸렀고, 유네스키 마야는 퇴출됐다. 결국 선발투수 진야곱에 대한 필요성은 유지됐다. 그리고 니퍼트가 다시 부상으로 제외된 뒤 또 한 명의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퓨처스 코칭스태프의 추천을 받아 허준혁을 선발로 기용했다.

롯데, SK 시절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여전히 마른 몸매다. 체감 구속도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투구 매커니즘을 재점검했고, 수정했다. 대표적인 게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팔을 최대한 숨기는 디셉션. 타자 입장에선 타격 타이밍을 잡는 게 상당히 어렵다. 허준혁은 130km 후반의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을 구사하면서 근사한 기교파 투수로 거듭났다. 유희관, 장원준과 마찬가지로 힘보다는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으로 승부하면서 기복 없이, 꾸준히 호투했다. 30일 잠실 한화전(5이닝 2실점)까지 6경기 모두 선발 등판, 3승 평균자책점 2.06. 퀄리티스타트 3회. 두산이 대박을 터트렸다.

허준혁은 애당초 니퍼트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1군에 올라오기 힘든 운명. 그러나 조그마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어필했다. 그리고 김 감독에게 선발진 운영의 여유를 선물했다. 숨통을 튼 김 감독은 니퍼트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 사이 야수들의 좋은 타격과 수비, 선발투수들의 안정감 등이 더해지면서 두산은 2위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니퍼트도 복귀전, 선발로테이션 재진입을 눈 앞에 뒀다.

니퍼트의 복귀 효과는 두산이 니퍼트의 경쟁력을 다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허준혁이 진야곱을 밀어낼 정도로 입지를 넓혔다. 결국 선발진을 자연스럽게 강화하면서 진야곱으로 불펜진까지 강화하는, 일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진야곱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더라도 꾸준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8월 10일 이후 월요일 경기가 성사로 7연전 이상을 치러야 할 경우 진야곱도 언제든지 다시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다.

예비 투수력이 시즌 막판 순위싸움에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니퍼트의 정상적인 복귀, 꾸준함을 증명 받은 허준혁, 진야곱의 활용도 증가 모두 두산 마운드에 엄청난 힘이 될 게 자명하다. 니퍼트 부상 악재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슬기롭게 대처한 두산으로선 진정한 이득을 누릴 순간이 다가왔다.

[니퍼트(위), 허준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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