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언 5번 연착륙, 한화 중심타선에 불러온 효과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2-2 동점이던 7회말 1사 만루 상황. 4번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5번타자의 중압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만약 승부처에서 1루가 비어 있으면 상대는 4번타자를 거르고 5번타자와 상대하곤 한다. 4번타자가 김태균(한화 이글스)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듯하다. 공포의 5번타자 김경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언은 올 시즌 55경기에서 타율 3할 5푼 1리(216타수 65안타) 9홈런 44타점 출루율 4할 2푼 7리를 기록 중이다. 부상 전까지 보여준 '갓경언' 모드 그대로다. 특히 5번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점이 더 돋보인다. 상대 배터리가 4번타자 김태균과의 승부를 피했을 때 뒤에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모두가 인정하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올 시즌에도 86경기에서 타율 3할 4푼 1리 17홈런 79타점 출루율 4할 8푼 9리로 맹활약 중. 최근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지만 파괴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4할 1푼 9리(86타수 36안타) 7홈런 64타점으로 강하다.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이다. 주자 2루나 3루, 2, 3루 상황에서 타율 4할(50타수 20안타) 3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주자 2, 3루시 김태균의 타격 성적은 6타수 3안타(타율 0.500) 1홈런 10타점. 그런데 볼넷이 무려 9개였고, 삼진은 하나뿐이다. 상대 배터리가 정면승부를 피했다는 얘기다. 5번타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지금 김경언은 이러한 상황에서 타점을 올려줄 수 있는 적임자다. 만루 상황에서 6타수 5안타(타율 0.833) 13타점으로 펄펄 날았고, 5번타순에서 타율 3할 7푼 5리(56타수 21안타)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는 타율 4할 7푼 1리(17타수 8안타) 1홈런 9타점으로 순항 중.

전날(30일) 잠실 두산전을 되돌아보자. 김경언은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는데, 2안타가 동점타와 결승타였다.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태균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경언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2-2로 맞선 7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는 김태균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김경언이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김경언의 해결사 본능이 빛난 순간이다.

김경언은 지난 5월 26일 대전 KIA전에서 임준혁의 공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았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했다. 근육 파열로 40일간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지난 8일 두산전에서 1군에 복귀했으나 6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부진했다. 당시 김 감독은 "작년 김경언으로 돌아간 것 같다. 경기에 나가면서 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퓨처스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등 서서히 감을 찾았고, 지난 26일 복귀해 맹활약 중이다. 김 감독은 "김경언이 살아나면서 중심타선에 힘이 생겼다. 경기 감각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경언 또한 "경기 감각 차이가 가장 크다"며 "지난 8일 1군 복귀했을 때 두산 앤서니 스와잭의 빠른 공을 보니 감이 없었다. 스윙 차이가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을 100이라 가정하면 지금은 80~90% 정도다. 안타가 나오니 컨디션도 올라오는 것 같다. 아직 히팅포인트가 일정치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10%는 감독님과의 특타로 채우겠다. 복귀 후 특타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이 쳤다"고 말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김경언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5번타순을 지키던 이종환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 김경언이 살아났다. 한화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호재다. 쉽지 않았던 두산과의 3연전 위닝시리즈에는 김경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지금과 같다면 한화의 상대 팀 배터리는 4번 김태균을 쉽게 거를 수 없다. 김경언이 버티고 있기에 자칫하다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김태균과 김경언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경언의 5번 연착륙으로 한화 중심타선이 더 강해진 건 물론이다. 김경언은 "개인 목표는 없다. 일단 규정타석을 채우긴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든 팀 성적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한화 이글스 김경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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