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소원의 소원(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여섯 명의 여자애들이 참 열심히도 노래하고 춤춘다.

그제 1시간, 어제는 3시간 잤다는 걸그룹 여자친구에게 '피곤하지 않냐?' 묻자 "아니요!" 하고 웃는 예린이의 코가 찡긋거린다.

1월 '유리구슬'로 데뷔해 7월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돌아온 걸그룹. '유리구슬'의 투명한 감성은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란 노랫말처럼 변하지 않았다. 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 여섯 여자애들이 "오늘부터 우리는" 하는 합창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청량한데, "Me gustas tu" 하고 머나먼 이국의 언어로 내뱉는 고백은 애절해 심장이 노랫소리에 맞춰 두근댄다.

언론은 연일 이 신기한 여자애들을 다른 걸그룹과 비교하기 바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호의적인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언플 아니냐' 하는 선입견 때문에 여자친구의 노래를 외면하는 건 경솔한 비교가 빚은 비극이다.

여자친구는 스마트폰이 없다. 숙소에 전무한 컴퓨터는 연습실에 달랑 한 대 있고, 기사나 댓글을 볼 수 있는 게 겨우 스태프의 스마트폰을 빌려야 할 때인데, 리더 소원은 "'유리구슬' 때는 악플만 굉장히 많았는데, 그때에 비하면 좀 '선플'도 있는 것 같아요" 하고 머쓱해했다. 그러고는 "댓글이 천 개 달리면 다 읽어요. '악플'을 전혀 신경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 같고. 음, 그냥 놓았어요. 너무 많더라고요" 하며 그냥 웃는다.

애당초 이 풋내기 여자애들의 목표는 다른 걸그룹을 넘어서겠다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비교'란 단어만 꺼내도 "아니요. 아니요" 손사래치고 "저희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선배님들인데요" 하고 지레 겁에 질리는 애들이다.

언젠가 건물 하나 갖고 싶어 한다. 직원이 단 6명뿐인 소속사가 지하인데 창문이 없고, 아침에 연습실 들어가면 새벽에 나올 때까지 햇빛 구경하기 힘들다. 화장실은 쭈그려 앉는 변기에, 벌레도 많아 연습실에서 벌레 한 마리 잡았더니 천장에서 한 마리 더 '툭' 하고 떨어져 "꺄아!" 하고 일동 소리질렀다. 그리고 이 지하의 소속사 덕분에 여자친구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소원의 소원이다.

"혹시라도 저희가 성공할 수 있다면, 저희를 그렇게 이끌어준 회사와 함께 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빨리 성공해서 직원 분들한테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다들 비좁은 사무실에서 새벽 늦게까지 일하시거든요. 조금이나마 큰 회사가 되면 가끔 테라스에 나가 커피도 마시고, 비라도 많이 내리면 1층 식당에 가서 밥도 먹을 수 있게 해드리면 저희도 기쁘지 않을까요."

"그래도 지하가 좋은 건 더운 날씨에 들어가면 너무 시원해요" 웃던 여자친구 멤버들이다. 엄지는 "주변 분들은 안쓰럽게 보지만 저희끼리는 아늑해요"라고 따라 웃었다.

멤버 셋이 타이밍을 맞춰 넘어야만 하는 고난이도 '뜀틀 안무'는 혹시나 부딪히지 않을까 아슬아슬하지만 예린은 "위태위태하게 넘어질 것 같다고들 하시는데, 절대 넘어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또 찡긋거렸다. 여섯 명의 여자애들이 참 열심히도 노래하고 춤춘다.

[사진 = '오늘부터 우리는' 뮤직비디오-쏘스뮤직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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