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SV 5년만에 실종? 구원왕 레이스의 양면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 구원왕 레이스는 양면적인 특성이 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맥 빠진 느낌이 있다. 오승환(한신)이 KBO리그를 떠난 뒤 여전히 강력한 뉴 페이스는 발굴되지 않았다. 그리고 봉중근(LG), 김진성(NC) 등 지난해 구원 부문 상위권에 올랐던 투수들 중 일부가 부상과 부진으로 일찌감치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30일 현재 세이브 1위는 19개의 손승락(넥센). 29일 목동 KT전서 1이닝 2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구원 단독선두에 올랐다. 뒤이어 임창민(NC), 윤석민(KIA)이 18개로 공동 2위를 형성했다. 임창용(삼성)이 17개로 4위. 뒤이어 10~12개 그룹이 형성됐다. 시즌 70% 지점이 넘어간 걸 감안하면 확실히 예년보다는 세이브 페이스가 빠른 편은 아니다. 오히려 더딘 느낌이 있다. 2010년 이후 5년만에 30세이브 실종 시대가 돌아올 수도 있다.

▲타격전+잦은 끝내기

지난해보다는 덜 하지만, 올 시즌 역시 타고투저가 리그를 지배한다. 타자들의 힘이 투수들을 압도하면서 경기 종반 역전극이 흔히 일어난다. 29일에도 부산(롯데-LG전)과 광주(KIA-SK전)에서 9~10회말 끝내기 승부가 나왔다. 롯데는 봉중근을 상대로, KIA는 정우람을 상대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일궈냈다. KIA의 경우 연이틀 정우람을 무너뜨렸다.

올 시즌 구원왕 경쟁에 뛰어든 임창민은 이미 홈런을 6개나 내줬다. 12세이브의 윤길현(SK)도 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심지어 구원 선두 손승락도 3개의 홈런을 맞았다. 12세이브의 권혁(한화)은 이미 81⅔이닝을 소화했고, 11개의 홈런을 맞았다. 이들이 맞은 홈런은 대부분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블론세이브 상위권을 봐도 구원 상위권에 있는 투수가 다수 포함됐다. 권혁이 5개, 손승락, 윤길현, 윤석민, 장시환 등이 4개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마무리투수가 많지 않다. 손승락과 임창용이 있지만, 타자들이 그렇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각 팀의 경기 막판 강한 타격이 맞물리면서 세이브 적립이 쉽지 않다. 또한, 초반부터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세이브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긴 개점휴업을 깨고 오랜만에 등판한 마무리투수가 실전감각이 떨어지면서 실점 혹은 블론세이브로 이어지곤 한다. 일종의 악순환.

▲30세이브, 5년만에 실종되나

구원 선두 손승락은 39경기서 19세이브를 따냈다. 넥센은 53경기를 남겨뒀다. 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30세이브 돌파가 가능하지만, 세이브 조건이 성립되는 경기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는 미지수. 투수력보다 타격이 뛰어난 넥센 팀 컬러도 손승락의 세이브 기회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요소. 넥센이 91경기를 치렀지만, 정작 손승락이 39경기에만 등판한 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임창민, 윤석민, 임창용도 30세이브를 달성한다는 보장이 없다. 윤석민의 경우 KIA의 객관적 전력이 강하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세이브 기회가 자주 찾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창민은 풀타임 마무리 경험이 부족한 점이 여전히 아킬레스건. 경험이 풍부한 임창용의 경우 넥센과 마찬가지로 삼성 막강 타선이 세이브 기회를 봉쇄할 수도 있다.

올 시즌 30세이브가 실종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는 손승락(32세이브), 임창용(31세이브), 봉중근(30세이브)이 나란히 30세이브를 돌파했다. 2013년에는 손승락이 46세이브를 거뒀고, 봉중근도 38세이브를 따냈다. 2012년에도 37세이브의 오승환을 필두로 5명이 30세이브를 넘겼다. 2011년에는 오승환(47개)이 유일하게 30세이브에 이어 40세이브마저 넘겼다. 2010년에는 손승락(26세이브), 이용찬(25세이브), 이승호(20세이브)가 30세이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타고투저, 마무리투수 수난시대가 1~2년만에 갑자기 발생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30세이브는 통상적으로 정상급 마무리투수의 상징. 최근에도 꾸준히 30세이브 투수는 배출됐다. 하지만, 올 시즌 5년만에 30세이브 투수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마무리투수의 KBO리그 생존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에서부터 손승락, 임창민,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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