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한이 서렸네, 한이서(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한이서의 연기에 한이 서렸다.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에서 불륜녀 강진희(한이서)는 사랑하던 황경철(인교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도 깨닫고 울부짖었다. 맨발로 집을 뛰쳐나간 진희는 뒤따라오는 경철을 뿌리치고 도로로 뛰어들었다. 간신히 사고는 면했으나 마음에 상처 입고 진희는 오열했다. 남의 남자를 사랑한 것도 모자라 그 남자에 미치도록 집착한 여인이다.

한이서는 "전 집착으로 가기 전에 끊는 편이라 누군가에게 집착해 본 적은 없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눈치 채지는 못했으나 한이서는 이미 연기에 대한 심한 갈증과 집착을 가진 배우였다. 한이서로 이름으로 바꾸기 전 의도하지 않았던 이슈로 주목 받고, 다소 힘든 영화에 출연해 마음 고생도 했지만 결코 연기를 놓지 않은 건 한이서를 지탱하고 있는 게 어린 시절에 심어진 '연기'란 깊은 뿌리였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집안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엄격했고, 중3 때까지는 아침마다 부모님에게 절을 하며 문안 인사를 드렸다. "부모님께 존댓말을 안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를 배워 당연히 선수가 자신의 길이라 믿었으나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건 배운 적 없었고, 감정을 억누르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남동생을 따라 우연히 가게 된 연기학원. 학원에선 남동생을 더 눈여겨봤지만 한이서가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순간은 처음이었다. '아,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구나.' 그 순간을 한이서는 "나에 대해 알게 된 첫 번째 계기"였다며 연기에 "순식간에 확 빠져들게 됐다"고 떠올렸다.

연기에 풍덩 몸을 담그자 헤어나올 수 없었다. 학창시절에도 "놀지도 않았고 친구도 없었고요. 주말에도 연습실을 나갔어요. 항상 집에 오면 새벽이었고,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서 학교가 끝나고도 항상 연습실을 갔어요"라고 했다.

연기의 바다에서 오랜 부침 끝에 '여자를 울려'로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에서 빠질 무렵 짧게나마 호흡을 맞춘 배우 김해숙은 한이서가 "정말로 존경하던 선배님.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던 분"이었다.

그래서 한이서는 연기에 빠진 후 '여자를 울려'를 촬영한 시간을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출연이 결정됐을 때 믿을 수가 없었어요. 신인 연기자인 저에게는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대본을 받기 전까지도 불안할 정도였고요. 제게 찾아온 행운과 그 책임감을 믿을 수 없었어요."

한이서는 책을 사기 전 머리말을 유심하게 본다고 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응축해놨잖아요. 마음에 들면 그 책을 사서 몇 십 번을 읽어요." 한이서의 머리말은 아마도 '연기에 한이 서렸다'로 시작하지 않을까.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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