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보물 박지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지수(195cm, 분당경영고2)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각종 테크닉이 어지간한 국내 성인 빅맨보다 뛰어나다. 골밑 위치선정, 골밑에서의 안정적인 풋 워크와 긴 팔을 활용한 블록슛, 정확한 중거리슛에 속공 가담도 좋다. 골밑에서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도 날카롭다. 박지수를 지도한 한 지도자에 따르면 머리도 좋아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친다고 극찬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끝난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서는 평균 10점, 10.2리바운드, 2.8어시스트, 4블록을 남겼다. 블록 1위, 리바운드 3위.

만 17세다. 신체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몸 밸런스가 약간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 스트레칭 등으로 농구 선수에게 필요한 각종 근력과 파워를 키우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방어, 외곽 수비 등 팀 디펜스도 체계적으로 습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이 연령대에선 당연한 약점들. 결국 주변에서 박지수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풍부한 국제경험의 명암

박지수는 이미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다. 2012년 만 14세의 나이로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2013년에는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2014년에는 다시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와 성인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동시에 출전했다. 그리고 올해 또 한번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그 사이 16, 18세 이하 아시아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착실히 쌓았다. 자신보다 2~3살 언니들을 상대로 준수한 기록을 꾸준히 냈다. 이 부분은 의미가 있다. 본래 청소년 레벨에선 1년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신체가 계속 변화하고 단 6개월 정도의 구력 차이도 크다. 농구는 나이가 어리고 구력이 떨어질수록 크게 불리하다. 게다가 선수 구성이 계속 바뀌는 청소년 대회 특성상 세밀한 상대 분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박지수는 수 차례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FIBA 홈페이지에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마음만 먹으면 상대 국가에서 박지수를 충분히 분석한 뒤 집중마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지수는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해냈다. 그리고 꾸준히 준수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우연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들.

한 프로 감독은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나이에 세계적인 선수들, 특히 2~3살 많은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기량이 올라갔다"라고 했다. 이어 "성인대표팀에서도 무조건 통한다. 위성우 감독의 강훈련을 어려워할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아시아 대회서도 충분히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숱한 국제대회를 참가하는 동시에 청솔중, 분당경영고의 각종 국내대회에 거의 빠짐 없이 출전해왔다. 올 시즌만 해도 WKBL 총재배,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대회에 연이어 출전했다. 그것도 풀타임 가깝게 뛰었다. 위성우 감독의 배려로 박지수는 성인대표팀의 대만 윌리엄존스컵 대회(27일~31일)에는 합류하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 대회서 발목을 삐끗해 3경기 결장했다. 알고 보니 2년 전 다쳤던 부위. 그러나 마지막 순위결정전 2경기서는 아픈 걸 참고 뛰었다. 풀타임으로 뛰진 않았지만, 확실히 무리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몇몇 프로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대표팀 감독이 아니라 선수 기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라는 말을 전제하면서 "몸싸움을 하는 센터라서 무리하는 부분도 있었다"라는 평가와 "대표팀에서 잘 관리했을 것이다. 본인에게 득이 더 많이 되는 대회"라고 신중론을 펴는 입장이 동시에 존재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지수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신체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무리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농구협회, 중고농구연맹 차원에서 박지수같은 유망주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박지수는 지난해 성인 세계선수권대회와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동시에 출전했다. 올해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뛸 것이 확실시된다. 한 관계자는 "지도자들의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성인대표팀에 뽑힌 마당에 앞으로는 청소년 레벨, 특히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는 내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선수관리를 중요시하는 위 감독이 아니었다면 박지수가 러시아에서 돌아온 직후 곧바로 대만 월리엄존스컵 대회에 차출됐을 것이란 말도 들린다. 이런 부분들을 조율할 수 있는 문서화된 조항이 전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유망주 관리를 세심히 하지 않는 농구협회의 단적인 아쉬움.

각 연령별 대표팀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보니, 특정 대표팀에 빠지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박지수만 국내대회 포함, 국제대회까지 강행군을 하는 셈이다. 이 문제는 박지수가 청소년 레벨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 심지어 프로에 지명, 2016-2017시즌을 WKBL에서 뛴 이후 2017년 19세 세계선수권대회에 한 번 더 나갈 수 있다. 이때 19세 세계대회와 2017년 성인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동시에 소화할 경우 박지수의 몸에 크게 무리가 갈 수 있다. (사실 남자대표팀의 김종규(LG)만 해도 지난 2~3년간 경희대의 각종 국내대회, 대학 레벨의 국제대회, 성인대표팀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며 거의 제대로 쉬지 못했다. 결국 김종규는 지금도 발목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누구도 김종규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박지수는 박찬숙, 정은순, 정선민을 잇는 한국여자농구 국보급 센터로 15년 이상 뛸 자원이다. 지난 수년간 각종 국제대회서 좋은 경험을 했다. 한국농구의 경쟁력 향상에도 보탬이 됐다. 하지만, 모든 농구인이 박지수의 기량과 잠재력에 극찬만 할뿐, 박지수의 관리와 보호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농구협회 차원에서 이제라도 유망주의 체계적인 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 박지수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박지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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