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극장을 만든 전북 현대의 11+α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무기가 많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북 현대는 무기가 넘쳤고 수원 삼성은 무기가 부족했다. 양질의 스쿼드 차이가 K리그 클래식 1, 2위 팀간의 빅매치 결과를 갈랐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양 팀 감독의 고민은 달랐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더블 스쿼드를 초과하는 자원을 어떡하면 효과적으로 남은 시즌을 이끌지 고민했다. 반면 수원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 이탈로 휑해진 최전방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포메이션 l ‘이동국 원톱’ vs ‘서정진 제로톱’

“올 초 두바이 전지훈련에서 루이스의 팀과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루이스는 이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몸 상태는 70%도 안되지만 선수 본인이 수원전에 출전하고픈 의지가 강하다” – 최강희 감독 –

전북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중앙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웠다. 최강희 감독은 “실점을 하지 않은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했다”며 이호-최보경 조합의 더블 볼란치를 가동한 이유를 설명했다. 동시에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둘의 경험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공격에선 이동국이 원톱을 맡았고 이재성, 레오나르도, 한교원이 공격 2선에 자리했다. 3년 만에 돌아온 루이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일리안을 벤치에 앉혔지만 경기에 나갈 상황이 아니다. 워낙 공격수 없어서 명단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공격수를 준비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 서정원 감독 –

수원은 4-1-4-1 또는 4-3-3이었다. 경기 한 시간 전 선발 명단에 공개됐을 때 정대세의 자리에는 염기훈이 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은 “서정진이 원톱”이라며 “좌우 측면으로 빠지면서 다른 선수들의 공간 침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에는 권창훈, 산토스, 조성진이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구성했다. 그리고 불가리아 대표 공격수 일리안은 벤치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전 l 11대11 싸움은 수원이 승리했다

11대11 싸움에선 수원이 효과적이었다. 4-1-4-1 전술에서 원톱 서정진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수원은 중앙에 ‘서정진-산토스-권창훈-조성진’ 4명이 다이아몬드 형태를 이루면서 ‘이재성-최보경-이호’ 3명이 선 전북에 수적 우위를 점했다. 중앙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제민-구자룡’ 2명이 이동국 1명을 상대했다. 또 측면에선 고차원, 염기훈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측면을 봉쇄했다. 전북이 뚫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됐다.

수원은 역습도 날카로웠다. 산토스, 권창훈이 직선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면서 찬스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서정진은 좌우 측면으로 빠지면서 전북 수비를 유인했다. 전반 12분 득점은 서정원 감독의 전술이 적중한 장면이다. 염기훈이 왼쪽으로 이동한 서정진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측면을 허물었고 컷백 패스로 산토스에게 완벽한 득점 찬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산토스의 슛은 골망을 흔들었다. 무실점 경기를 준비한 전북은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골이 필요했고 이동국의 고립을 풀어야 했다. 최강희 감독은 전반 34분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를 불러들이고 공격수 김동찬을 투입했다. 포메이션은 4-2-3-1에서 4-1-4-1 또는 4-4-2로 전환됐다. 하지만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수원의 수비를 뚫는데 실패했다.

후반전 l 전주성 극장 만든 전북의 11명+α

후반이 되자 전북 공격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성룡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가로막혔다. 이재성의 헤딩슛, 루이스의 왼발 논스톱 슛,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이동국의 중거리슛이 모두 정성룡에 손 끝에 걸리거나 잡혔다. 하지만 수원은 추가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미 전반에 한 차례 염기훈이 골문 앞에서 득점을 놓친 데 이어 후반에는 권창훈이 날린 회심의 슛이 골대를 강타했다. 서정원 감독 경기 후 “추가득점에 실패하면서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당시 상황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원이 기회를 놓치자 전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닥공’의 창시자 최강희 감독은 공격 숫자를 더 늘렸다. 남아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최보경마저 불러들이고 루이스를 내보냈다. 전북은 4-5-1이 됐다. 이재성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왔지만 밑에만 머물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전진하면서 전북은 공격시 골키퍼와 수비 4명을 뺀 6명이 공격에 나섰다. 수원도 체력적인 이유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먼저 서정진 대신 일리안이 투입됐다. 이어 산토스가 나오고 백지훈이 들어갔다.

11명 플러스 알파 싸움이 시작됐다. 그러자 동시에 수원의 균형도 깨지기 시작했다. 포백 라인은 전반보다 더 밑으로 내려갔고 ‘산토스-권창훈-조성진’ 조합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조직에 균열이 발생했다. 루이스가 후반 37분 백지훈과 조성진 사이를 침투해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수원은 반전카드가 없었다. 1-1이 되자 미드필더 권창훈을 빼고 수비수 양상민을 투입해 수비 숫자를 늘렸다. 헌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수비가 많아졌지만 반대로 미드필더 지역에 많은 공간을 내주게 됐다. 밑으로 내려간 뒤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이재성이 후반 42분 루이스의 패스를 받아 전진했다. 백지훈이 뒤늦게 따라 붙었지만 이재성의 슈팅 타이밍이 더 빨랐다. 축구는 11명이 뛴다. 하지만 11명만 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전북과 수원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인터뷰 l “선발이 안 풀릴 땐 교체가 중요하다”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절대적으로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특히 노장들이 팀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면 우승할 수 없다. 밖에서 보면 우리 전력이 포화상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울 때 뒤에서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어서 리그에서 1위를 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후반기에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거라 믿는다” – 최강희 감독 –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이 안 풀릴 때는 대체 자원들이 중요하다. 전북은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1위를 달리는 원동력 같다” – 서정원 감독 -

[사진 = 프로축구연맹/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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