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연정훈·유인영, 슬픈 악역의 재발견 [종영특집②]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연정훈, 유인영의 재발견이었다. 다 같은 악역이 아니었다.

연정훈, 유인영은 SBS 수목드라마 '가면'(극본 최호철 연출 부성철)에서 각각 민석훈, 최미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 두 사람은 악역이었다. 그럼에도 마냥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은 나름의 사연이 있어 악해졌기 때문이다.

'가면'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여주인공,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남주인공, 그리고 여주인공의 실체를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이미 알고 있는 자 등 네 남녀가 저택이라는 한 공간에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경쟁과 암투, 음모와 복수,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 30일 방송된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극중 민석훈과 최미연은 슬픈 악역이었다. 민석훈은 복수를 위해 최미연과 결혼했다. 서은하(수애)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최미연 집안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위가 됐다. 서은하와 계략을 꾸미기까지 했다.

복수를 위해서는 사랑하는 서은하까지 등졌다. 서은하의 죽음까지도 복수에 이용했다. 끝까지 복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서은하 도플갱어 변지숙을 서은하로 살게 했고, 변지숙을 마음대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인해 민석훈의 계략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최민우를 사랑하게 된 변지숙이 서은하로 사는 삶을 포기하면서 민석훈 계획을 무너뜨린 것. 오로지 복수를 위해 달려오느라 자신의 진짜 사랑을 지키지 못한 민석훈은 그래서 더 슬펐다.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인생이 무너졌기에, 그 선택이 잘못됐기에 더 안쓰러웠다.

최미연 역시 외로움에 몸부림 치는 악역이었다. 민석훈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사랑을 얻지 못해 삐뚤어져 더욱 안타까웠다. 질투심으로 인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며 점점 인간적으로 망가져가는 최미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민석훈을 진심으로 사랑한 최미연은 민석훈이 서은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망가져 갔다. 재벌가 딸로 떵떵거리며 마음대로 사는 듯 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얻지 못해 항상 공허해 보였다.

악행을 저지르는 것 역시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기에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더 불쌍했다. 끝까지 최미연은 민석훈 마음을 얻지 못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연정훈, 유인영은 각각 민석훈, 최미연을 연기하며 뭔가 다른 악역을 만들어냈다. 슬픈 속내가 있었기에 더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하기엔 완벽한 악역이었고, 그 배경에는 연정훈과 유인영의 연기력이 있었다.

연정훈은 절대 악을 연기했다. 감정 없는 표정 속에서도 강렬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잔인한 말을 차분하게 내뱉으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유인영은 악녀지만 귀여운 면도 있었다. 차갑고 도도했지만 동생 최민우(주지훈)를 챙기기도 했고, 사랑을 갈구하며 외로워하는 모습이 연약해 보였다. 그래서 더 그녀의 악행이 안쓰러워 보였다. 유인영의 차가우면서도 여린 모습이 최미연 역할을 더 이해하게 만들었다.

연정훈, 유인영의 재발견이었다. 다수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이지만 연정훈, 유인영만의 캐릭터 표현이 '가면'의 긴장감을 더 높이며 재미를 줬다.

한편 '가면' 후속으로는 주원, 김태희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오는 8월 5일 밤 10시 방송된다.

['가면' 연정훈, 유인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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