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호 亞선수권,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성우호가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여자농구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헌신했던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를 제외했다. 대신 홍아란, 김규희, 강아정, 배혜윤, 박지수를 새롭게 수혈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와는 천지차이. 3년 연속 지휘봉을 잡은 위성우 감독의 대표팀은 지난 1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다.

세대교체는 여자대표팀의 화두였다. 그러나 매년 눈 앞의 국제대회 성적만 쫓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공고한 운영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했다.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는 우승국가에 내년 리우올림픽 티켓이 주어지는 대회. 하지만,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건 여자농구의 먼 미래. 전임지도자가 없는 한계는 있지만, 세대교체의 틀을 닦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위성우호의 행보는 의미가 있다.

▲세대교체의 빛과 그림자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승부처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할 과제. 과거 여자농구가 국제대회서 승부처를 극복했을 때 정선민, 박정은, 변연하 등의 폭발적인 활약이 있었다. 그러나 세대교체 된 대표팀에서 그 역할을 해낼 선수가 마땅히 보이진 않는다. 물론 박혜진, 김정은, 김단비 등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국제대회 승부처에서 에이스로 검증된 선수는 없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다시 베테랑들을 부를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최고참이자 주장 임영희의 대표팀 잔류는 의미 있다. 35세의 베테랑으로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에이스. 하지만, 팀을 컨트롤하고 후배들을 다독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위 감독도 임영희의 그런 장점을 높게 평가, 대표팀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오히려 승부처에서 베테랑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세대교체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도 있다. 임영희는 "오히려 기회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작년보다 팀 분위기도 더 좋다"라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경은이나 정은이, 단비가 책임감을 갖고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경은(28)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통해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미선이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최윤아가 부상에 시달리는 상황. 이경은이 가드진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박혜진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경기운영과 패스센스는 이경은이 한 수 위. 대표팀에선 승부처에서 강한 박혜진의 클러치 득점보다 이경은의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필요하다.

김정은(28)과 김단비(25)도 중심축으로 성장할 때가 됐다. 두 사람은 리그 최고의 득점원. 위력적인 돌파와 함께 외곽슈팅력도 많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그동안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선 항상 베테랑 변연하가 있었다. 변연하의 테크닉과 경험이 워낙 출중했다. 김정은과 김단비가 세부적인 약점을 드러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김정은은 "벌써 대표팀 10년차"라고 했다. 김단비도 최근 3~4년간 대표팀에 꾸준히 뽑혔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서도 잠재력을 폭발할 때가 됐다.

▲역대 최저높이, 승부수는 수비

하은주가 부상으로 빠졌다. 신정자는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강영숙과 정선화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대표팀 높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지희, 곽주영, 배혜윤, 박지수가 지키는 대표팀 골밑은 많이 불안하다. 박지수를 제외하면 모두 언더사이즈 빅맨. 박지수조차 아직 고등학생이다. 성인대표팀에선 기대치가 높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 전통적으로 골밑이 강력한 중국, WNBA에 진출한 일본의 도카시키 라무, 대만의 196cm 귀화선수 조이 버크 등 한국 여자농구는 골밑부터 아시아 최강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의 세대교체를 감안할 때 아시아 최강으로 거듭난 일본, 세대교체를 끝낸 중국은 물론, 버크를 영입한 대만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위 감독은 "스피드, 수비로 승부해야 한다"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다만, 스피드와 수비는 위 감독이 우리은행서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서 지난 3년간 빠른 트랜지션을 바탕으로 한 속공과 존 프레스, 트랩 디펜스 등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적게하는 농구를 했다. 위 감독은 지난 2년간 대표팀에서도 강력한 수비농구를 했다. 그는 "2년 전 아시아선수권서 존 프레스가 통했을 때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아시아권에선 대표팀 선수라고 해도 볼 핸들링이 불안한 선수가 더러 있다. 변칙적인 수비로 그런 약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 베테랑들이 빠지면서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건 고무적이다.

▲존스컵과 호주 전지훈련

여자대표팀은 25일 대만 타이페이로 출국한다. 27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한다. 대만 A,B,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6개국이 풀리그로 우승국가를 가리는 대회. 미국, 뉴질랜드를 상대로 대표팀의 역량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서 맞붙을 대만, 일본의 전력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다. 전력분석관이 없는 열악한 현실서 경쟁국가의 정보를 캐낼 절호의 기회. 전체적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위 감독 특유의 수비농구를 점검할 수 있다. 세대교체로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의 맷집을 키울 절호의 기회다.

WKBL도 여자대표팀을 돕는다. 대표팀은 윌리엄존스컵을 마친 뒤 국내에 잠시 머물다 8월초 약 열흘 일정으로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 전지훈련을 갖는다. 호주 대표팀과 현재 프로팀들을 상대로 4~5차례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존스컵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비한 세부적인 전략, 전술을 수립할 수 있다.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 뒤 국내에서 2~3주간 준비기간을 거쳐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는 스케줄.

예년보다 대표팀 훈련기간이 짧지만, 스케줄은 나름대로 알차다. 올림픽 티켓보다 더 중요한 세대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대표팀의 행보는 굉장히 중요하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자도 없는 상황. 위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세대교체 된 대표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면 올림픽 티켓과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전혀 불가능하진 않다. 대한농구협회만 좀 더 알차게 지원해주면 된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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