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지?"…김영만, 어른이 된 '코딱지' 울렸다(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코딱지가 많이도 컸네! 하하!"

수화기 너머로 '종이접기 장인' 김영만(65)의 친근하고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잠은 좀 주무셨나요?"란 말에 "자려고 하니까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에서 전화가 오는 통에 어떻게 자겠어" 하며 또 웃는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했더니 "아니에요. 웃자고 하는 얘기에요. 하하" 한다. 80년대 어린이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이들을 '코딱지'라고 부르던 김영만의 선한 인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생방송 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문자메시지가 200개가 넘게 와요"라고 13일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종이접기에 감동 받았다고 하자 정작 김영만은 "색종이로 감동 받을 게 뭐 있다고요" 머쓱해 한다.

지상파 방송에선 만나기 힘들었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케이블채널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김영만은 낯선 인터넷 생방송에 "처음에는 긴장해서 안 떨던 손까지 떨리더라"고 했다. 그리고 김영만의 떨리던 손을 멈추게 한 건 어느덧 어른이 된 '코딱지'들의 응원이었다.

"10분 정도 지나니까 채팅창에 '사랑해' '대박' 'ㅋㅋㅋ' 등의 글이 올라오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이내 본연의 제 모습을 되찾고 방송했어요."

김영만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종이접기 장인'다운 실력을 뽐냈고, 많은 시청자들이 모니터 앞에 색종이를 갖고 와서는 오랜만에 '종이접기 아저씨'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접었다.

방송에는 가위를 이용한 모형이 많았는데, 김영만은 "사실 가위로 오리는 것보다 종이만 접어서 하는 건 다섯 번 이상 동작을 넘어가지 않아요. 그러면 아이들이 집중도 떨어지고 어려워하거든요. 종이접기만 하면 우리 방에서 다 나가요! 하하!" 하고 웃었다.

여전히 '코딱지'들 생각뿐인 김영만. 이번 방송으로 많은 20~30대 시청자가 따듯한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다. 김영만은 "이유는 간단하지 않을까요" 했다.

"사실 요즘 20~30대는 지난 세대보다 더 힘들어요. 경제적으로는 낮아지고 문화적으로는 높아지니 그 불균형 사이에 놓이게 됐어요. 취직도 마음대로 안 되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 고민이 있을 때 제 종이접기가 아날로그로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머리 복잡한 일들은 잠깐 잊고,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들 시절로. 그 추억 속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되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만을 섭외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PD는 "제가 딱 그 세대다. 80년대 초반생. 어렸을 때 저 역시 따라한 기억이 있다"며 "아마도 저를 포함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그동안 자극 받을 만한 게 없었던 듯하다.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은데 요즘 많이 힘들지 않나. 그 분들의 추억을 건드린 콘텐츠가 나왔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영상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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