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타자 부재' 한화의 순항이 진짜 대단한 이유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현재 41승 36패, 승률 5할 3푼 2리로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와 견줘 멤버가 크게 바뀐 건 없다. 지금 엔트리만 놓고 보면 더 그렇다. FA로 권혁, 송은범, 배영수를 영입했는데, 송은범은 1군에 없다. 특히 외국인 타자가 나선 경기가 단 14경기뿐이다.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치명타. 하지만 한화는 꾸준히 순항하고 있다.

한화의 올 시즌 외국인 타자는 나이저 모건이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가장 화제를 모은 외국인 타자.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밀워키 브루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서 7시즌 통산 598경기 타율 2할 8푼 2리 12홈런 136타점 120도루를 기록했다. 2009년 내셔널리그(NL) 타율 10위(0.307)에 도루 2위(42개), 2010년 도루 3위(3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의 소유자.

그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무대 첫해인 2013년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08경기 타율 2할 9푼 4리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4월 한 달간 14경기에서 40타수 5안타(타율 0.125)로 부진했으나 이후 대단한 반전을 만들어낸 것. 빠른 공과 포크볼이 주무기인 일본 투수들 공략에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대가 컸다. 하지만 1군 10경기에서 타율 2할 7푼 3리(33타수 9안타) 홈런 없이 5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의 아픔을 맛봤다.

모건의 대체자로 합류한 제이크 폭스는 총액 12만 달러에 계약한 그야말로 '염가 용병'이었다. 특유의 성실함과 적응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1군 4경기(타율 2할, 4타점)만 치르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5월 23일 수원 kt전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이날 이후 한화 라인업에 외국인 타자가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확 무너질 것 같은데, 아니다. 여전히 중위권을 유지하면서 상위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최다 연승은 3연승에 불과하지만 긴 연패 또한 한 차례 5연패를 제외하면 없다. 46경기 타율 3할 5푼 2리 8홈런 35타점 맹타를 휘두른 김경언(종아리)과 커리어 하이 페이스였던 최진행(도핑 양성반응 30경기 출전정지)까지 빠졌는데도 흔들림이 없다. 지난 2주간 6승 2패로 순항하며 까먹었던 승패 마진을 +5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른 63경기에서 한화는 34승 29패로 선전했다. 모건이 뛴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했는데, 그 중 3승은 모건의 안타 없이 만들어진 결과. 폭스(3승 1패)는 팀이 이긴 3경기 중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실질적으로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받아 이긴 경기는 모건이 끝내기 내야안타를 터트린 4월 7일 대전 LG전, 폭스가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5월 21일 인천 SK전까지 2경기가 전부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외국인 타자가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한화가 남은 시즌을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를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폭스가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돌아와 힘을 보탠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면 칼을 빼들어야 할 듯하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외국인 타자 없이 나머지 77경기를 버티긴 쉽지 않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계속 연습하면서 주어진 몫을 조금씩 해내고 있다. 빠진 선수들과 근접한 수준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저 모건, 제이크 폭스(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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