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틴' 박진영, 트와이스 꼭 이렇게 뽑아야만 했나? [이승록의 나침반]

'식스틴', 박진영의 방식이 실망스러운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박진영은 대체 왜 케이블채널 엠넷 '식스틴'을 잔인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했는가.

7일 '식스틴' 마지막회를 통해 JYP엔터테인먼트 새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9인이 결정됐다. 당초 7인으로 예상됐으나 모바일 투표 1위 연습생이 추가 발탁됐고, 박진영의 결정으로 이미 탈락한 연습생 중 한 명이 더 뽑혔다. 트와이스의 탄생은 축하 받을 만한 일이나, JYP 수장 박진영이 선발 과정에서 보여준 잔인함과 비공정성에 대해선 책임과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마지막회는 '식스틴' 방송 중 가장 잔인했다. 박진영은 트와이스 멤버로 최종 발탁된 연습생 보고 탈락한 연습생을 직접 호명하도록 했다. 연습생들을 편 갈라 싸우게 한 것도 모자랐는지, 탈락 통보까지 합격자가 하도록 해 마치 '나의 합격이 친구가 탈락한 대가'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친구의 탈락을 직접 말해야 한 연습생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박진영은 정작 탈락은 자신이 결정해놓고선 통보는 연습생에게 떠넘겼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 친구에게 탈락 소식을 들어야 하는 연습생은 또 무슨 잘못인가. 탈락하면 최소한의 배려도 필요 없어지는 건지 박진영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작 탈락한 연습생을 갑자기 트와이스로 발탁한 순간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하게 했다. 시청자들마저도 충격적인데, 이를 현장에서 목격했을 다른 탈락 연습생들의 마음은 함부로 짐작도 못할 지경이다.

박진영은 이미 탈락한 연습생을 발탁함으로써 스스로 규칙을 어겼다. 제 아무리 자신의 소속사, 자신의 걸그룹이라지만 방송 전파를 타는 순간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박진영은 탈락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경쟁했던 다른 탈락 연습생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었고, 박진영을 철썩 같이 믿었던 시청자들마저 실망시켰다.

탈락한 연습생을 트와이스로 뽑은 뒤 박진영은 "트와이스에 꼭 필요한 멤버라고 생각했다. 네가 떨어질 때 가장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다"고 했다. 다른 탈락한 멤버들에게는 마음이 아프지도, 또 아쉽지도 않은 걸까.

박진영은 앞서 서바이벌 과정 중 멤버들에게 가수로서 실력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가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격한 연습생이 탈락 통보를 직접 하게 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어기면서까지 탈락자를 합격시킨 게 과연 그가 강조한 '좋은 사람'으로 가기 위한 길이었는지 의문이다.

[사진 = 엠넷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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