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 화신' 에닝요가 전북을 떠나는 이유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에닝요(34)가 전북 현대를 떠난다. 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친정팀 복귀 반 년 만의 이별이다. 에닝요는 왜 전북과 작별을 결정했을까?

전북 관계자는 8일 “에닝요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잔류를 설득했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며 에닝요와의 이별 사실을 전했다. 에닝요는 지난 6일 구단 클럽하우스를 떠난 상태며 오늘 광주FC와의 홈 경기 하프타임에 나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스스로의 결정이다. 올해 초 중국 창춘 야타이에서 전북으로 돌아온 에닝요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17경기를 뛰며 1골 2도움에 그쳤다. 떨어진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에닝요는 자신에게 화가 났고 전북을 위해 떠나기로 결정했다.

에닝요는 승부욕이 매우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에 패한 뒤 분을 참지 못해 스트레스로 병원 응급실에 후송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승리를 갈망한다. 고액 연봉이 보장된 중국 슈퍼리그를 떠나 전북으로 돌아온 것도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에닝요가 자신의 경기력에 실망했다. 스스로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같은 징조는 시즌 초반부터 발견됐다. 에닝요는 전북이 ‘무패행진’을 달릴 때도 웃지 않았다. 팀은 상승세를 탔지만 정작 본인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점차 현실이 됐다. 전북은 에닝요 없이 승리하기 시작했다. 한교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뒤에도 에닝요의 출전 시간을 줄었다. 최근에는 19살 장윤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승부욕이 강한 에닝요에겐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다.

결국 에닝요는 심사숙고 끝에 전북과의 이별을 선택했다. 전북을 향한 마지막 예의였다. 그것이 자신과 팀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준 최강희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차기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경기력 부진이 이별의 가장 큰 이유였던 만큼 시간을 가지고 해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전북 관계자는 “전주에서 생활을 정리한 뒤 고국 브라질로 돌아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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