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잇몸야구, 진정한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은 최근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류중일 감독이 '대체불가'로 꼽던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허벅지 통증으로 2일 목동 넥센전 4회말 수비 때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결국 3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1군에서 빠졌다. 당분간 휴식을 갖는다. 간판타자 채태인도 3일 대구 LG전서 홈으로 쇄도하다 허벅지에 부상했다. 결국 4일에는 결장했다. 5일에는 대타로 출전했다. 심지어 베테랑 박한이도 쓰려졌다. 4일 대구 LG전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갈비뼈를 다쳤다. 5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1군 제외.

결국 삼성은 하루 간격으로 사흘간 간판타자 3명을 잃은 셈이다. 일단 1군에서 빠진 김상수와 박한이 대신 내야수 박계범과 외야수 최선호를 1군에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를 유격수로 돌렸고, 백상원을 2루수로 기용했다. 구자욱이 1루에 들어갔고, 최선호를 우익수로 기용했다. 타선에도 변동이 컸다. 5일 경기의 경우 구자욱이 톱타자를 맡으면서 박해민과 테이블세터를 구성했다. 나바로는 5번에서 3번으로 이동했다. 대신 박석민이 5번에 들어갔다. 백상원과 최선호는 각각 7,9번에 배치.

일단 LG와의 주말 3연전서는 성공적으로 귀결됐다.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3연전을 스윕했다. 수비 포지션 이동도 많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위기였지만, 오히려 정신을 바짝차리면서 2위권과의 승차를 3경기까지 벌렸다. 분명한 건 당분간 삼성은 잇몸야구를 해야 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이다.

▲멀티포지션의 위력

어떤 감독이든 멀티포지션을 강조한다. 주전들의 부진 혹은 부상에 대비, 최대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멀티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내야수의 경우 유격수 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뽑아왔다. 류 감독은 평소 "유격수 수비가 되면 2루와 3루는 쉽다"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실제 2루는 어깨가 조금 약한 선수가 맡아도 되고, 3루는 수비범위가 조금 좁은 선수가 맡아도 된다. 그러나 유격수는 어깨도 강해야 하고 수비범위도 넓어야 한다. 류 감독은 넥센에서 최근 몇년간 유격수로 뛰다 메이저리그서 3루수로 뛰는 시간이 길어진 강정호(피츠버그)에게도 "본인한테는 쉽지"라며 웃었다.

주전 3명이 이탈한 상황. 류 감독은 곧바로 대안을 제시했다. 나바로는 과거 도미니카공화국과 마이너리그서 유격수로 뛴 경험이 있다. 김재현을 유격수로 투입해도 되지만, 나바로를 유격수로 돌리고 백상원을 2루로 내보낸 건 공격력까지 감안한 선택. 만약 이 조합이 헝클어질 경우 박석민을 유격수로 돌리고 구자욱을 3루로 넣을 수도 있다. 나바로는 그대로 2루수 출전. 이 조합은 공격력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둔 것. 다만, 채태인이 이탈하면서 구자욱을 1루수로 써야 하기 때문에 이 조합이 실전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선호가 우익수로 투입됐지만, 상황에 따라 구자욱이 외야로 나가는 시나리오도 있다. 구자욱과 나바로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다만 수비 안정감에선 좀 더 검증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LG와의 3연전서는 방망이가 터지면서 경기 흐름을 손쉽게 장악, 바뀐 포지션에 들어간 선수들 역시 수비를 부담 없이 소화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수비 하나로 흐름이 바뀔 수 있을 때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아무래도 주전 조합보다는 플랜 B조합의 안정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상수, 채태인, 박한이가 빠진 상황서 5일 라인업이 최상의 플랜B인 건 확실해 보인다.

▲타선변화

타선에선 구자욱이 톱타자로 올라온 게 가장 눈에 띈다. 나바로가 톱타자로 부적격 판정이 내려지면서, 박한이가 몇 년만에 톱타자로 꾸준히 출전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톱타자를 맡을 때가 올 수도 있다"라고 했는데, 현실화됐다. 구자욱은 헛스윙 비율이 높지만, 일발장타력을 갖췄다. 하위타선, 중심타선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톱타자 카드. 또한, 최근 2번으로 자주 출전했던 박석민이 5번으로 내려가면서 구자욱-박해민 테이블세터진이 완성됐다. 구자욱이 톱타자로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심타선에선 나바로가 3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백상원-최선호가 7, 9번에 배치된 하위타선은 아무래도 약화됐다. 5일 경기서는 최선호가 2안타 2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퓨처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최선호가 맹타행진을 이어갈 경우 올 시즌 타격이 좋아진 이지영과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하위타선도 강력해질 수 있다는 의미.

이밖에도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채태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 때마다 구자욱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합을 활용했다. 사실 주전들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으면서 라인업 변동이 적어야 강팀. 전통적으로 라인업 변동이 적었던 삼성이지만, 베테랑 타자도 늘어났고, 올 시즌에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잇몸야구의 위력을 시험 받고 있다. 이 부분은 순위싸움이 본격화되는 전반기 막판과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후반기 초반 삼성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잘 버텨왔지만, 검증은 계속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의 미래 경쟁력도 내다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위기에서 주전들은 경각심을, 백업들은 기회에 대한 희망과 냉정한 현실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선수가 별로 없다"라며 걱정했던 류중일 감독 역시 실전을 통해 삼성 야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잇몸야구의 진정한 위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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