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어떻게 '승수 자판기'에서 무서운 막내가 됐나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렇게 올라올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kt는 대체 어떻게 승수 자판기에서 무서운 막내로 변신했을까.

신생팀 kt wiz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6월 이후 15승 13패(승률 0.536)로 5할 승률을 뛰어넘었다. 4월 25경기에서 3승 22패(0.120)로 무너졌고, 5월 27경기에서도 7승 20패로 신통치 않았다. 그랬던 kt가 한 경기씩 치러 나가면서 싸울 힘이 생겼다. 특히 지난 3~5일 수원 KIA전에서는 홈경기 첫 싹쓸이 승리에 성공했다. KIA는 이전까지 kt가 8전 전패를 당했던 팀이다. 시즌 전적 25승 55패(승률 0.313)로 3할 승률도 넘어섰다.

3승 22패로 4월을 마친 뒤 부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당시 kt는 팀 타율(0.217)과 홈런(10개), 득점(64점), 타점(59개), 출루율(0.305)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당시 상황은 심각했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까지 부상으로 빠져 무게감은 더 떨어졌다. 마르테는 당시 팀 내 유일하게 규정타석 3할(0.311) 타자였다. 장성호도 2경기를 치르고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운드는 더 심각했다. 팀 승리가 3승뿐이니 다승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팀 평균자책점(5.96)과 피안타율(0.301), 퀄리티스타트(5회), 최다 피홈런(33개), 최다 볼넷(137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83) 모두 리그 최하위.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한 혜택을 전혀 못 살렸다. 2013년 창단한 NC의 아담 윌크-찰리 쉬렉-에릭 해커와 같은 위압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4월 25경기에서 3승에 그친 kt의 성적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산술적으로 144경기로 치면 18승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승률이 1할 2푼 5리였다. 당시 한 야구인은 "kt의 성적에 따라 5강 팀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kt를 상대로는 2승 1패 위닝시리즈에도 실패했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적극적인 트레이드에 나섰고, 이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투수 이준형을 LG에 내주고 내야수 박용근과 포수 윤요섭을 데려왔다. 윤요섭은 지금 kt의 백업 포수 자원으로 1군을 지키고 있다. 이후 박세웅과 안중열, 이성민, 조현우를 롯데에 내주고, 하준호와 장성우,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을 데려왔다. 하준호와 장성우는 지금 kt에 없어선 안 될 자원. 장성우는 중심타자이자 주전 포수다. 포수 용덕한을 NC에 내주고 데려온 오정복과 홍성용도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존 멤버들의 각성도 빼놓을 수 없다. 손등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김사연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스윙이 한결 간결해졌고, 몸쪽 공 대처능력도 좋아졌다. 시즌 타율도 3할까지 올랐다. 7월 4경기 타율은 4할 7푼 1리(17타수 8안타)에 달한다. 빈타에 허덕이던 박기혁도 6월 이후 타율 3할 3푼 7리로 순항 중. 포수 출신 투수 김재윤이 필승조로 자리 잡은 것도 수확이다.

이제는 '레귤러'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라인업에도 확실히 짜임새가 생겼다. 퇴출된 앤디 시스코의 대체자로 합류한 외인 타자 댄 블랙은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필 어윈의 대체자인 저스틴 저마노는 조만간 입국 예정. 조범현 kt 감독은 "타선에 어느 정도 힘이 붙었다. 저마노는 대량 실점 없이 6이닝만 막아 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조 감독은 "이렇게 올라올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한 달 뒤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아직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kt가 좋은 경기를 해야 리그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불안한 변수들이 있으니 그걸 어떻게 줄여 가느냐가 관건이다. 초반에 안 좋았으니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그러면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그리고 내년 시즌까지 잘 연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게 호재다. 다소 이르지만 이제는 4할 승률도 기대해볼 만 하다. 역대 신생팀 창단 첫해 최고 승률은 1991년 8구단으로 창단한 쌍방울 레이더스의 4할 2푼 5리(52승 71패 3무). 당시 쌍방울은 공동 6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9구단 NC 다이노스는 2013년 52승 72패 4무(승률 0.419)로 7위였다.

무승부가 없다고 가정할 때 144경기 체제에서 4할 승률을 위한 최소 승수는 58승이다. 만약 kt가 58승(86패)을 올리면 승률은 4할 3리가 된다. 남은 64경기에서 33승을 해야 한다. 쉽진 않지만 지금 페이스면 못 할 것도 없다. 시즌 초반 100패, 110패를 걱정할 때와는 분명 달라졌다.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도 1군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을 뼈저리게 느끼며 성장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우려가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kt wiz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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