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 미등록, KBL도 기약없는 관망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으로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죠."

KBL 김영기 총재는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의 등록을 유예하고, 재정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자격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KBL 자체 규약을 근거로 전 감독의 지도자 자질을 재평가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KGC는 선수단 등록 마감일인 30일에 전 감독을 등록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등록 유예'. KGC로선 경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KBL의 자격심사까지 얽힐 경우 이번 전창진 감독 사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했다. KGC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전 감독 등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BL도 관망으로 돌아섰다.

▲지도자는 등록시기 무관

KGC의 전 감독 등록유예는 KBL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등록 마감일을 지켜야 하는 대상은 선수들이다. 감독 및 코치는 언제 등록해도 상관 없다. KGC가 미리 등록 유예가 가능한지 문의했다"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구단들은 감독 및 코치도 선수단과 함께 6월 말까지 KBL에 등록해왔다. 그러나 지도자의 경우 사실상 언제든 등록 및 말소가 가능하다. 구단이 시즌 중 기존 지도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새로운 지도자 영입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걸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KGC의 경우 김승기 수석코치와 손규완 코치 모두 '코치'신분. 이성훈 사무총장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감독 혹은 감독대행 역할을 하는 지도자 1명을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라고 했다. KBL에 따르면, 이 사실을 KGC에 통보했고 KGC도 8월 15일 개막하는 프로아마최강전 직전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 감독이 프로아마최강전까지, 혹은 9월 12일 정규시즌 개막까지 돌아오지 못할 경우 김승기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등록이 유력하다.

▲KBL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KBL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전 감독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KGC가 전 감독을 등록 보류하면서 머쓱해졌다. 김영기 총재는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KBL 소속 지도자가 아니다. 자격 심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KBL에 정식으로 등록된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격을 심사할 수조차 없다는 뜻.

하지만, 전 감독이 KBL 지도자로 재직하던 시절 물의를 일으켜 경찰로부터 불법도박,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KBL이 현 시점에서 전 감독 징계를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김 총재는 "그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KBL에 등록되지 않은 지도자의 자격을 KBL이 논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결국 KBL은 당분간 경찰 수사와 KGC의 전 감독 등록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사태 장기화 대처법은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경찰은 지난 1일 전 감독 2차 소환 직후 더 이상 전 감독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작 구속 영장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KGC는 경찰 행보를 되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입장. 그리고 KBL도 그런 KGC가 전 감독을 등록하지 않는다면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럴 경우에도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만약 전 감독의 무죄가 확정될 경우 KGC가 전 감독을 KBL에 등록하면 KBL은 기자회견서 예고했던 대로 전 감독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 (물론 무죄라면 KBL도 전 감독을 징계할 명분이 사라진다.) 그러나 법정공방 끝 전 감독의 유죄가 공식적으로 확정되고 KGC가 전 감독과의 인연을 정리할 경우 KGC는 따로 전 감독을 KBL에 등록할 이유가 없다. 이때 KBL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사다. 전 감독이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KBL로선 정식 등록된 지도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국 KBL로선 구단이 사회적으로 물의 혹은 논란을 일으킨 지도자를 등록하지 않을 때에 대한 확실한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향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KBL의 대처가 형평성 논란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위, 가운데), KBL 김영기 총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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