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독주 '복면가왕', 명예졸업 필요하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은 규칙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정 출연자의 가왕 독점으로 프로그램 취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4연속 가왕에 오른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사실상 정체가 알려진 상황인데, 그가 독주하자 시청자들이 명성 있는 인기 가수들을 거론하며 섭외를 요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복면가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복면가왕'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창력의 소유자나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을 선입견 없이 대중 앞에 내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의 요구에 못이겨 이미 유명한 가수를 섭외하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진다면 '복면가왕'의 장점은 희석된다.

가왕 집권의 장기화로 과연 누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를 꺾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경연 결과에 집착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일각에선 이미 예선의 몇몇 결과를 두고 투표한 방청객의 자질을 운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반응이 나왔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워낙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어, 만약 경연에서 패하게 되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청자들의 반발이 나올 우려가 있다.

검토가 필요한 규칙은 두 가지다. 첫째 명예졸업 제도의 도입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이미 써본 규칙으로 일정 횟수 우승 후 자동으로 졸업하게 해 그만큼 다양한 가수들을 소개시킬 수 있다. 탈락하기 전에는 하차가 불가능한 가왕의 부담도 줄어 든다. 자연스럽게 가왕이 주기적으로 바뀌게 돼 경연 결과에 관심이 과열되는 것도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하다.

둘째로 가왕 결정전에 진출한 복면가수에게도 마지막 투표 전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한다. 지금은 가왕 결정전에 진출한 복면가수는 추가로 무대를 갖지 않고 있다. 기존 가왕만 무대를 갖고 투표하는 시스템이다.

가왕 투표 직전 노래한 기존 가왕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가왕전에 진출한 복면가수는 한 번의 무대로 두 번의 평가를 받는 셈이다. 새롭게 노래를 부른 기존 가왕이 방청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노래 순서가 뒤로 갈수록 득표에 유리하다는 건 '나는 가수다'에서도 이미 증명된 현상이다. 좀 더 공정한 투표 결과 도출을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복면가왕'은 누가 이겼는지가 중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들이 왜 가면을 뒤집어쓰고 무대에 올라 노래해야 했는지가 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복면가왕'이 장점을 극대화해서 장수 예능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해본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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