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인터뷰] 한화 박정진 "선크림? 힘의 원천+운동능력 UP!"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필승조, 그 중심에 박정진이 있다. 그를 필두로 권혁과 윤규진이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한국 나이 40세(1976년생)로 투수조 최고참인 박정진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2013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재계약(2년 총액 8억원)할 때만 해도 "이번이 마지막 FA"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안정진 트리오(안영명-박정진-윤규진)'의 일원으로 활약했고, 올해도 필승조의 주축으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프로 생활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1999년 입단해 올해 벌써 프로 17년째다. 그러나 제대로 빛을 본 건 2010년부터다. 그해 56경기에서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며 한화의 뒷문을 지켰다. 이듬해(2011년)에도 64경기에서 7승 6패 7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믿고 쓸 수 있는 투수였다.그러나 2012년 63경기 4승 4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5.47로 하락세였고, 2013년 30경기에서도 1승 5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5.82로 이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이 6.02에 달했으나 무려 60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9세이브 7홀드를 기록했다. 후반기 초반 안정진 트리오의 일원으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인 올해는 멈출 줄을 모른다. 필요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제 역할을 다하고 내려온다. 투구 시 숨김동작과 높은 타점은 박정진의 트레이드마크. 빠른 공과 종슬라이더의 위력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박정진의 올 시즌 현재 성적은 49경기 5승 1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47(65⅔이닝 18자책).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08로 안정적이다. 한화는 시즌 전적 41승 36패(승률 0.532)로 리그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3경기에서도 4⅓이닝 동안 자책점이 없었다. 한화는 박정진의 활약 속 지난주 4경기를 3승 1패로 마무리했다.

올해부터 올스타전 팬 투표에 중간투수 부문이 신설됐고, 박정진은 총 103만 4505표를 획득해 나눔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로 별들의 축제에 나간다. 2011년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팬들이 직접 뽑아준 올스타라 의미가 크다. 그것도 한국 나이 40세 불혹에.

역시 올스타다운 인기를 자랑한다. 박정진을 키워드 인터뷰 대상자로 지목하자 팬들은 그야말로 다양한 키워드를 쏟아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재치 만점 키워드도 눈에 띄었다. 마이데일리의 '키워드 인터뷰'는 SNS상에서 팬들에게 인터뷰 대상 선수와 관련된 키워드를 받아 풀어내는 코너. 지난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마주앉은 박정진은 "한화가 인기가 많아서 효과를 본 것 같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화는 내 인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안(트위터 @dakishimete4785, 한국 나이 40세 불혹에도 동안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안'으로 꼽히는 1991년생 안승민과 나란히 앉아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동안은 아닌 것 같은데(웃음).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딱히 동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몸 관리 잘하고, 나이에 비해 경기 많이 나가다 보니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다. 그래도 늙었다는 말보다는 당연히 젊어 보이는 게 좋다."

-대기만성(트위터 @BONGcloser, 1999년 입단해 오랫동안 1군에서 빛을 보지 못하다 2010년부터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있는데, 사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팀 입장에서는 신인 때부터 잘하면 좋지 않았겠나. 초반에 부상도 있었고, 방출될 위기도 있었는데, 운 좋게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코치님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대기만성형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2010년부터 자리를 잡은 건 절실함과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 그러면서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됐다."

-선크림(트위터 @nada_llama, 리그에서 선크림의 아이콘 같은 존재. '백탁현상'이나 '미백효과'라고 하는 팬들도 있다)

"살이 잘 타지 않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웃음).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운동능력 향상이다. 선크림을 잘 안 바르고 운동하게 되면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만큼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하얗게 바르고 싶지만 보는 시선이 있어 덜 바르는 편이다. 연습할 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힘의 원천이라고 할까"

-투구폼(트위터 @BBORIE0107, 최대한 공을 뒤로 숨겼다가 나오는 투구폼이 독특하다)

"최대한 타자에게 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래서 지금 폼을 만든 건 아니다. 워낙 부상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던질까를 생각하다 지금 폼이 나왔다. 시실 교과서적인 폼도 아니고, 남들이 보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내게 가장 잘 맞는 폼이고, 마운드에 섰을 때 또 하나의 플러스 요인인 것 같다."

-김성근 감독(인스타그램 @yyy_minamiiiii, 박정진은 2010~2011년 맹활약한 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 첫해인 올해부터 팀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하위권을 맴돌던 팀 성적도 중위권으로 올라갔다)

"감독님 오신 이후로 선수들 의식 자체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많은 훈련량 소화하면서 야구가 늘었다기보다 자신감을 많이 갖고 임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의식 변화를 가져오는 게 가장 큰 리더십이 아닌가 싶다. 감독님 오시면서 우리가 운동장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야구가 일이 아닌 일상이라고 생각하게 해주셨다."

-가을야구(인스타그램 @jrd.eagles, 박정진은 지난 200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나선 게 전부다. 프로에서는 유독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대학 시절에 우승을 많이 해봐서 프로에서도 할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대학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언제 은퇴할 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야구는 물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우승반지를 끼는 게 최종 목표다. 지금도 많이 던지고 있지만 개인 성적은 중요한 목표가 아닌 것 같다. 일단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게 목표다."

-징크스(인스타그램 @hyeeyouu, 특별한 징크스가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를 떨어트리거나 말을 많이 한 날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경기 전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특별히 다른 징크스는 없다."

-노망주(인스타그램 @albertpuhols, 늦은 나이에 대기만성형으로 떠오른 선수들을 일컫는 말. 박정진에게 딱 맞는 말이다)

"팬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그렇게 불러 주시는 것 같다. 한참 2군, 재활군에 있다가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니 나이에 비해 늦게 터져 노망주라는 애칭이 생긴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한화 이글스(인스타그램 @for_poulenc, 데뷔 시절부터 쭉 뛰고 있는 팀.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한화는 내 인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여기서 평생 야구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정말 고마운 팀이다. 내가 한화에 있어서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정이 많은 팀이다. 다른 팀 선수들이 와서도 정이 많다고 한다."

-올스타전(인스타그램 @kooksh, 2011년 감독 추천으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팬 투표 1위로 나가게 됐다)

"올해 한화가 '마리한화'라는 애칭으로 불리지 않나. 그만큼 한화가 인기가 많아서 효과를 본 것 같다(웃음). 올해부터 팬 투표에 중간투수 부문 신설됐는데, 사실 예전부터 그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중간투수 부문이 신설돼 참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1위라니 정말 영광스럽다(박정진은 인터뷰 진행 당시 중간 집계 1위였다)."

-믿을맨(인스타그램 @condor_eagles, 마운드 믿을맨의 자격, 박정진의 생각)

"작년까지는 원포인트 또는 필승조에서 1이닝을 막는 투수였다. 그런데 올해 보직을 가리지 않고 나간다는 건 내가 체력 관리를 더 해야 한다는 의미. 중요한 역할이다. 중간에서 필승조로 넘어갈 수 있게 잘해야 한다. 지금 보직에 맞게 하다 보니 적응하고, 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 팀 승리를 위해 믿을맨으로서 역할을 잘해야 할 것 같다."

[한화 이글스 박정진이 사인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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