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대주자 유재신, 더 완벽해지기 위한 조건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신이가 (강)명구의 길을 걷고 있는 거죠."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강)명구(삼성 전력분석원)가 은퇴하면서 각 팀 전문 대주자들도 세대교체 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문 대주자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던 삼성 강명구의 은퇴 이후 가장 눈에 띄는 후발주자는 단연 넥센 유재신. 그는 2006년 2차 7라운드 56순위로 현대에 입단했다. 하지만, 1군에는 통산 244경기 출전에 그쳤다. 대부분 선수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듯했으나 염경엽 감독 부임 후 오히려 활용도는 높아졌다.

염 감독은 유재신을 '전문 대주자'로 활용하고 있다. 타격 실력은 조금 떨어져도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활용하고 싶기 때문. 올 시즌 유재신은 14타수 4안타 타율 0.286, 3도루 10득점을 기록 중이다. 대주자 특성상 도루와 득점이 눈에 띄는데, 아직 유재신은 많은 도루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도루 실패도 없다.

▲경험과 연구

유재신은 3일 잠실 두산전서 7-4로 앞선 8회초 무사 1,2루 찬스서 2루주자 박동원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1점을 추가, 굳히기를 위한 승부수. 하지만 유재신은 2루 견제사를 당했다. 대주자로서 절대로 당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플레이. 결국 넥센은 8회초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 곧바로 8회말 3점을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 10회말 대역전패를 당했다.

염 감독은 "주전 포수를 빼면서까지 유재신을 투입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딱 1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대주자는 1점이 필요할 때 투입된다. 당시 타석에는 2번 고종욱에 이어 3번 브래드 스나이더, 4번 박병호로 이어지는 흐름. 결국 대주자 유재신의 견제사는 넥센으로선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염 감독은 "재신이가 명구의 길을 걷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아직 명구처럼 포수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유재신이 대주자로서 가치를 높이려면, 그리고 좀 더 번뜩이는 센스를 갖추려면 더 많이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염 감독은 "대주자는 9개구단 주요 불펜 투수들의 투구폼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배터리의 성향을 알아야 공격적인 주루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가치 높은 대주자가 되려면

사실 전력이 약한 팀은 대주자로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채우는 게 부담스럽다. 일단 투타 중심부터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 그러나 넥센은 투타 중심이 굳건하다. 염 감독은 대주자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유재신을 지난 2~3년간 실전을 통해 대주자로서의 경험을 꾸준히 쌓게 하고 있다. 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는 주전 9명만 잘해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 1군 28명이 모두 쓰임새가 있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야 우승할 수 있다. 과거 현대와 삼성이 그랬다"라고 확신했다. 그런 점에서 유재신의 성장은 넥센 전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염 감독은 가치 높은 대주자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쓰임새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상대 배터리 연구 및 분석은 기본적인 일. 거기에 염 감독은 "수비력도 좋아야 한다. 단순히 한 포지션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주전보다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주자로서 단순히 발만 빠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여러 포지션의 수비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감독 입장에선 그 선수 한 명을 활용하면서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염 감독은 "타석에서 번트까지 잘 대면 더 좋다"라고 했다. 어차피 대주자로 뛰는 선수는 타격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멀티 포지션 소화에 희생번트까지 잘 댄다면 1년 내내 1군에서 버텨낼 정도의 경쟁력이 생긴다.

염 감독은 자신의 현역 생활을 떠올렸다. "내가 그렇게 해서 10년을 버텼다. 상대 포수, 투수를 읽으면서 야구를 보는 눈을 키웠고, 결국 주루 코치로 발탁됐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염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벤치에서 상대 투수의 폼과 움직임을 꾸준히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야구 메뉴얼을 만들었다. 그는 "그걸 메모하고 정리하면서 나중에 코치가 돼서 선수들을 가르쳤다"라고 했다.

염 감독 시선에 유재신은 좋은 자질을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유재신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위해, 그리고 넥센을 위해 대주자로서의 퀄리티를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유재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