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박병호 야구'가 돌아온다, 긍정적 신호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정한 박병호 야구가 돌아온다.

넥센 간판타자 박병호가 올 시즌 처음으로 홈런 단독선두를 꿰찼다. 박병호는 3일 잠실 두산전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두산 조승수에게 볼카운트 1S서 2구 122km 슬라이더를 공략, 비거리 135m 중월 투런포를 쳤다. 시즌 25호. 팀 역전패에 빛을 잃었지만, 박병호의 괴력은 잠실에서도 입증됐다. 시즌 내내 에릭 테임즈(NC),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에게 가린 채 후발주자로 달려왔지만,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한 끝에 결국 단독선두까지 치고 올라왔다.

박병호의 홈런생산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보다 홈런 페이스가 약간 느리지만, 경기 수가 16경기 늘어나면서 사상 첫 4년 연속 홈런왕,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사실 이제까지 '박병호의 야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박병호의 야구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박병호의 야구란 당연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 타점과 클러치 히팅을 의미한다.

▲안타에 비해 타점이 적었던 이유

박병호는 지난해 3.3타수당 1안타를 쳤다. 그리고 안타 139개로 52홈런 124타점을 만들어냈다. 물론 안타와 홈런으로만 타점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절대적인 비중이 있다고 감안할 때 박병호의 파괴력은 리그 최정상급.

그런데 올 시즌에는 2.89타수당 1안타를 치고 있다. 그런데 안타 101개 중 홈런은 25개에 타점도 65개다. 지금도 훌륭한 성적이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안타 페이스가 가파른데도 불구하고 정작 홈런과 타점 페이스는 오히려 약간 떨어졌다. 박병호의 타율은 0.346으로 2013년 0.318을 뛰어넘어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

염경엽 감독은 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3번 타자의 차이다. 지난해 서건창, 이택근, 유한준 중 1명은 꼭 살아나갔다. 병호가 1회부터 주자를 놓고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가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지난해 202안타의 서건창, 호타준족의 이택근과 유한준의 활약 덕분에 박병호가 득점 찬스 때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5번타자 강정호가 뒤를 잘 받쳤던 것도 사실이지만, 1~3번 타순의 효율적인 활약으로 투수들이 위기 때 박병호를 확실히 피해가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다르다. 서건창과 이택근이 부상으로 라인업을 비웠다. 서건창은 돌아왔지만, 이택근은 아직 1군에 없다. 2번 혹은 3번에 들어섰던 브래드 스나이더의 타격감도 좋지 않았다. 1~3번 타순의 효율성이 약간 떨어졌다. 염 감독은 "1~3번이 쉽게 아웃되고 병호가 2회 선두타자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안타를 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타점을 올릴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안타 생산력은 좋아졌는데 타점 페이스가 지난해 같지 않은 이유. 물론, 2012년~2013년을 감안하면 지금도 홈런, 타점 페이스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이 도와준다

박병호는 3~4월 6홈런, 5월 9홈런, 6월 9홈런을 때렸다. 앞뒤를 감싸는 타자들의 위압감이 약간 떨어졌지만, 홈런 생산력이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박병호 홈런 페이스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신호들이 감지된다. 우선 톱타자 서건창이 부상에서 돌아온 뒤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건창은 최근 6경기 중 4경기서 2안타를 때렸다. 이택근도 복귀가 눈 앞이다. 염 감독은 "후반기에 돌아오면 3번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2번은 지금처럼 고종욱 혹은 브래드 스나이더가 맡는다. 1~3번 타자가 활약해야 박병호에게 타점찬스는 물론, 홈런 찬스도 많이 생긴다.

또 한 가지 체크포인트는 5번으로 이동한 유한준의 맹타행진. 유한준은 올 시즌 타율 0.360 17홈런 59타점 맹활약 중이다. 5번 타순에서 타율 0.367 13홈런 50타점. 기본적으로 3번과 5번에서 꾸준히 활약하면서 상대 배터리의 박병호 견제를 떨어트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유한준의 꾸준함이 이어지면서 서건창, 이택근이 완벽하게 상위타선에 가세하면 박병호의 홈런, 타점 페이스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박병호는 그동안 썩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25홈런을 쳤다. 긴 슬럼프도 없었다. 오히려 정확성을 업그레이드, 타율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경험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서 홈런과 타점 페이스가 더 올라간다면, 올 시즌에도 리그 넘버원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하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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