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기현, 무사 만루를 지배한 배짱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무사 만루. 투수에게 가장 가혹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화 좌완투수 김기현(25)이 등판한 순간, 무사 만루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마침 상대가 1점차로 따라온 뒤였다.

3일 대전 한화-NC전. 김기현은 한화가 4-3으로 앞선 5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 등장했다. 그것도 중심타선을 상대해야 했다.

그가 마주한 첫 타자는 나성범. 김기현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결과는 2구 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것이었다.

이때 우익수 송주호의 수비가 아쉬웠다. 후진 수비를 하던 그는 나성범의 타구를 집중력 있게 쫓아가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이때 2루주자 박민우는 거의 3루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2루로 송구했다면 포스 아웃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다른 곳을 살피다 결국 홈으로 송구하고 말았다.

하필 1사 만루 위기에 만나야 할 타자가 테임즈였다. 테임즈는 1회초 우중월 2점 홈런으로 이미 파워를 과시한 상태. 하지만 김기현은 놀랍게도 테임즈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것도 3구 삼진. 게다가 모두 헛스윙시킨 결과였다. 직구와 슬라이더로 간단하게 2스트라이크를 잡은 김기현은 136km짜리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그의 투구는 대담했다.

김기현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좌타자 2명을 상대한 김기현은 이호준이 타석에 들어서자 송창식과 교체됐다. 송창식 역시 이호준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한화는 4-3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이날 7-6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는 김기현의 배짱투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김기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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