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64개 '마돈나',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마돈나'가 단 64개의 스크린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마돈나'는 개봉일인 2일 전국 64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상영 횟수는 151회 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아니면 쉽게 만나보기 힘들 정도다.

반면 이날 '마돈나'와 같이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국내 스크린의 약 50%에 육박하는 1,086개 스크린, 개봉 2주차인 '연평해전'은 803개의 스크린을 가져갔다.

최근 이런 현상이 너무 잦은 탓에 딱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연평해전' 만을 문제 삼기도 애매하다. 그동안 스크린 쏠림 현상은 항상 영화계의 문제로 대두돼 왔고 영화당 스크린 수 제한, 적절한 상영기간 보장, 다양성 영화 쿼터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스크린 쏠림 현상은 딱히 누구의 손만 들어줄 수만은 없다. 영화계의 목소리, 극장 측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영화계의 양적·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작은 영화, 상업성이 떨어지는 영화의 상영이 보장돼야 하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극장에게 그로 인한 리스크를 떠안으라 강요할 수도 없다.

실제 '마돈나'는 개봉일 9.7%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고 '연평해전'은 25.6%,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22.4%의 좌석점유율 기록했다. 두 영화 모두 '마돈나'의 2배가 넘는 좌석 점유율을 보였다. 좌석점유율 만을 놓고 보더라도 극장 측이 두 영화에 스크린을 더 많이 배정하는 걸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특정 영화에 스크린 쏠림 현상이 있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작게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잘 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무조건 배급 논리를 탓할 수만도 없다"고 자조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시장 논리가 결국 관객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영화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연평해전' 같은 경우 제2연평해전 13주기에 개봉하는 등 엄청난 화제성이 있다. 터미네이터는 주연배우가 내한까지 했다. 가장 화제성이 있고 상업성이 예견되는 작품에 스크린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최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관객들의 큰 힘을 확인했다. 개봉 첫날 186개였던 스크린은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806개까지 확대됐다. 영화의 질적 향상, 양적 향상을 위해서는 작은 영화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계가 이 상황을 타계하지 못한다면, 관객들이라도 힘을 내야 할 때다. '마돈나'는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마돈나' 포스터.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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