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의 '맨도롱또?f', 왜 뜨뜻미지근했나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인기 작가 '홍자매'의 명성에 못 미친 작품이었다.

2일 16부로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f'은 '최고의 사랑' 박홍균 PD와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재회한 드라마였다. 방영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최고시청률이 8.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다. 더 큰 문제는 답답한 전개 속에 이렇다 할 화제도 없이 뜨뜻미지근하게 끝났단 점이다.

'홍자매'의 극본은 답답했다. 마지막회를 제외하고는 내내 남녀주인공 백건우(유연석), 이정주(강소라)의 밀고 당기기만 반복됐다. 달콤한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갈증만 심해졌다. 특히 남주인공 백건우가 또 다른 여자 목지원(서이안)과 이정주 사이에서 마음을 못 잡고 갈팡질팡해 매력을 스스로 깎아먹었다. 오히려 황욱(김성오)과 정주가 더 잘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홍자매'가 건우를 공감대 있게 그려내지 못했단 뜻이다.

배우 유연석, 강소라의 호흡, 요즘 유행하는 말로 '케미'도 아쉬웠다. 극본 탓이 가장 크겠지만, 두 배우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해 둘의 사랑에 긴장과 설렘이 부족했다.

건우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상처를 깊숙이 감춘 채 겉으로는 까칠한 언행의 소유자였는데, 건우가 지원에게 매달리면서도 정주에게 끌리는 복잡한 마음이나 다른 이들을 위해 제주도를 떠나려고 결심하는 모습을 유연석은 밋밋하게 표현했다. 도리어 유연석의 연기가 주로 건우의 퉁명스럽고 무심한 듯한 말투만 부각시키다 보니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로 비쳐지기 쉬웠다.

정주는 건우에 대한 마음이 다소 맹목적으로 그려졌다. 다만 강소라가 연기한 정주는 왜 그토록 건우에게 마음을 쏟아 붓는지부터 납득하기 어려웠고, 대사나 행동과 달리 건우를 바라보는 정주의 얼굴에서 간절히 사랑을 갈구하는 절실함은 느낄 수 없었다. 남자는 퉁명스러운데 여자는 맹목적이기만 하니 둘의 관계가 애절하게 다가오진 못했다.

'맨도롱 또?f'이란 제목은 의외의 걸림돌이었다. 제주 방언인데 단숨에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을 만큼 또렷한 의미 전달은 어려웠다. 사실 제작진이 당초 '맨도롱 또?f'을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정확한 의미도 다소 달랐다.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5월 26일자 글에 따르면 '맨도롱 또?f'은 '매지근 따뜻'이란 뜻이다. '매지근하다'는 '더운 기운이 조금 있다'란 뜻으로 결국 '더운 기운이 조금 있고 따뜻한'이란 말에 가깝다. '기분 좋게 따뜻한'은 의역한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기분 좋게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려던 제작진 의지와 달리 뜨뜻미지근한 드라마로 남게 된 '맨도롱 또?f'이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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