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인터뷰] KIA 스틴슨 "땅볼 요정? 처음엔 삼진 잡으려 했죠"

[마이데일리 = 광주 강산 기자] "처음에는 빠른 공으로 삼진을 많이 잡으려고 했지만 잘못된 방법이었다. 내 주무기는 싱커다. 수비를 믿고 자신 있게 싱커를 던지니 땅볼이 많이 나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KIA 타이거즈의 선발 원투펀치. 단연 양현종과 조쉬 스틴슨이다. 특히 스틴슨은 KBO리그 데뷔 첫해부터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선발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6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3.82. 4월까지 5경기에서는 2승(2패)을 올리고도 평균자책점 5.34로 좋지 않았는데, 5월부터 11경기에서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3.20(70⅓이닝 25자책)으로 완전히 살아났다.

무엇보다 땅볼 유도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올해 땅볼로 잡아낸 아웃카운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52개다. 병살 유도 또한 12개로 동료 양현종(13개)에 이어 2위. 땅볼/뜬공 비율(1.92)는 1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가운데 미치 탈보트(한화, 2.37)에 이어 2위다. 뜬공이 적다는 건 그만큼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는 얘기다. 수비만 뒷받침되면 더 바랄 게 없다. 그가 '땅볼 요정'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유.

스틴슨이 더 믿음직한 이유. 단 한 번도 5이닝 이전 강판이 없다. 퀄리티스타트는 총 8회,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11경기다. 5월 이후에는 단 2경기만 제외하고 모두 6이닝 이상 던져줬다. 지난달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8이닝 1실점 쾌투로 8승째를 챙겼다. 김기태 KIA 감독도 "스틴슨은 기본은 해줄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데일리의 '키워드 인터뷰'는 SNS상에서 팬들에게 인터뷰 대상 선수와 관련된 키워드를 받아 풀어내는 코너. 팬들이 스틴슨의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린 키워드는 무엇일까.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더그아웃에서 마주앉은 스틴슨은 "팬들이 어떤 키워드를 떠올렸을지 궁금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땅볼 요정'이라는 키워드에 특히 흥미를 보였다.

-싱커(트위터 @lgh5635, 스틴슨의 주무기)

"내 주무기이자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많이 던졌는데, 땅볼이 많이 나오다 보니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수염(트위터 @HSY_931204, 매우 독특한 모양으로 수염을 기른다)

"한때 팀메이트였던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가 '울버린' 처럼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면도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수염을 기르고 나서 8이닝 무실점 승리투수(5월 24일 삼성전)가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수염을 유지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일종의 징크스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아내는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윤석민(인스타그램 @kyeonghyeon_ss, 스틴슨은 KIA 마무리투수 윤석민과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함께 뛰었다. 스틴슨은 윤석민의 추천으로 KIA에 오게 됐다. 지금 둘은 KIA의 필승 공식이다)

"일단 대단한 투수다. 내가 KIA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많은 영향을 줬다. 재미있고, 친절하고, 고마운 선수다."

-KIA 타이거즈(인스타그램 @beatles89, KBO리그 데뷔 첫해 소속팀)

"최고다(Awesome). 윤석민에게 어느 정도 듣긴 했지만 오키나와 전지훈련 합류하니 감독, 코치님과 선수들이 정말 따뜻하게 맞아줘 적응하기도 수월했다. 언어 문제가 가장 어려운데 이대진 투수코치님과 최희섭이 영어를 잘해서 많이 도와줬다. 특히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정말 좋다."

-땅볼 요정(인스타그램 @_stillwithyou 싱커로 땅볼 유도 비율이 무척 높아 붙여진 별명)

"싱커가 낮게 제구 잘되면 타자들이 공 윗부분을 치면서 땅볼이 나온다. 처음에는 빠른 공으로 삼진을 많이 잡으려고 했지만 잘못된 방법이었다. 내 주무기는 싱커다. 수비를 믿고 자신 있게 싱커를 던지니 땅볼이 많이 나오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스틴슨은 "영어로 요정이라는 뜻의 'Fairy'는 동성애자를 칭하는 속어였다"고 귀띔하며 웃었다. 실제로 'Fairy'는 20세기 초반까지 동성애자를 칭하는 속어였다고)."

-이닝이터(인스타그램 @ryougc, 99이닝으로 팀 내 최다이닝 2위. 김기태 감독도 "스틴슨이 나가면 불펜 운용에 계산이 선다"고 했다)

"매 경기 최소 6이닝은 채워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경기에 나선다. 그래야 불펜도 편하다. 꼭 6이닝은 책임지자는 생각뿐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한국 타자(인스타그램 @ho_oky,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분명 메이저리그와는 다를 텐데)

"무엇보다 공을 잘 보기 때문에 삼진을 잡기가 어렵다. 정말 정교하고 뛰어난 타자들이 많아 상대하기 쉽지 않다."

-적응(트위터 @parkvirus61, 한국 문화 적응은 잘하고 있을까)

"음식,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에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대진 투수코치(인스타그램 @kmythink, 스프링캠프 당시 이대진 코치와 함께 투구폼 교정 작업을 했는데, KBO리그 첫 시즌을 보내는 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나)

"멋진 코치님.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영어를 잘하셔서 말이 잘 통한다. 은퇴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선수 입장에서 더 생각하고, 이해해 주신다."

[KIA 타이거즈 조쉬 스틴슨이 사인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첫 번째 사진), 스틴슨이 경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 광주 강산 기자, KIA 타이거즈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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