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 2차소환, KBL·KGC도 시선집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차 소환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이 1일 오전 10시 서울 중부경찰서에 출석한다. 지난달 25일 16시간 마라톤 소환조사에 이어 두 번째 소환조사. 전 감독의 2차 소환조사는 1차 소환조사와는 약간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사건 장기화 여부가 가려질 분수령이기도 하고, 최근 KBL과 KGC가 취한 조치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감독은 잘 알려졌듯 KT 감독 시절이던 지난 2~3월 사채업자들로부터 수억원을 빌려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배팅, 총 3~5경기서 고의로 KT 승패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차 소환조사 때 지난 1개월간 실시한 참고인 조사, 농구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바탕으로 전 감독에게 승부조작, 불법배팅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물론 전 감독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채업자들과 전 감독의 통화 녹취록이 외부로 흘러나왔지만, 돈을 갚기 위한 목적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팽팽한 기싸움 계속될까

1차 소환조사에서 전 감독과 경찰의 기싸움이 팽팽했다. 그러나 1차 소환조사 직후 경찰은 전 감독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녹취록 입수 이후 2차 소환조사에선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스포츠진흥법 위반은 체육계에선 중차대한 사안. 경찰이 혐의를 충분히 확보할 경우 이날 2차 소환조사 직후 전 감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승부조작의 경우 여전히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농구 특성상 선수기용은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 이 부분에선 1차 소환조사 때 드러났던 사채업자와 전 감독의 통화 녹취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감독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 감독 측은 이미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이 부분에서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2차 소환조사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KBL·KGC의 시선

KBL 김영기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감독 자격을 재심의 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전 감독 사법처리 여부와는 별개로 KBL 규약에 따라 재정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악의 경우 전 감독의 지도자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 KBL 규약 17조에는 '구단은 공식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한다'라고 명시됐다. 105조에는 '감독 및 코치가 지도자로서 중대한 흠결이 있을 경우 재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그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김 총재 발언은 반발을 샀다. 전 감독이 유죄가 선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KBL이 먼저 전 감독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게 어불성설이기 때문. KBL은 전 감독 수사 및 재판이 길어질 것에 대비,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렸다. 경찰의 수사와는 별개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만약 자격 재심의를 거쳐 KBL 이사회에서 페널티가 내려진 이후 정작 전 감독이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때문에 KGC는 지난달 30일 선수단 등록 마감일에 전 감독을 등록하지 않았다. KBL도 자연스럽게 전 감독의 자격 재심의 절차를 미루게 됐다. KGC가 위와 같은 상황을 우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기 때문. 선수단 운영 규정상 선수와는 달리 감독과 코치는 시즌 중에도 로스터 등록이 가능하다.

KGC의 조치는 적절했다. 만약 전 감독이 검찰에 기소되고 법원까지 사건이 이어질 경우 공백기가 더욱 길어질 것에 대비, 그때 다시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어차피 사건이 장기화되면 KGC가 전 감독을 공식적으로 등록하기도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KBL은 만약 전 감독이 무죄를 선고 받고 KGC로 돌아온 뒤 구단이 전 감독을 등록하면 그때 자격 재심사를 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몇 달 이후 전 감독의 유죄가 확정되면 KGC가 전 감독을 등록할 이유도 없고 KBL이 전 감독 자격을 재심사할 이유도 사라진다. 결국 현 시점에서 KBL의 전 감독 자격 재심사는 의미가 없다. KGC도 KBL도, 일단 전 감독의 경찰수사에 시선을 집중하게 됐다.

[전창진 감독(위), KBL 김영기 총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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