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퍼시픽 우승' 이민현호, U대회 해결과제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대표팀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

대표팀은 2일 광주에 입성, 4일 오후 5시30분 광주 동광대체육관에서 모잠비크와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 A조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는 24개국이 A~D조에 6개국씩 포진했다. 한국은 모잠비크전을 시작으로 5일 앙골라(오후 6시, 동광대체육관), 6일 중국(오후 8시, 동광대체육관), 8일 독일(오후 5시30분, 광주대체육관), 9일 에스토니아(오후 8시30분, 광주대체육관)와 만난다. 조 1~2위를 차지해야 8강 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다. 조 3위 이하는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쉬운 승부는 아니다. 한국은 2년 전 카잔 대회서도 14위에 그쳤다. 이번엔 광주에서 대회가 열리는 걸 감안, 2년 전과는 달리 프로에서 4명(이재도 허웅 이승현 정효근)을 수혈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파워와 테크닉, 각종 전술소화능력에서 세계수준과 엄연한 차이가 있는 한국농구 특성상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전술-전략적 보완점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러시아를 꺾고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서 4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대학선발 2진격인 한국 챌린지, 주전들이 유니버시아드 차출과 부상으로 대거 빠진 캐나다 오타와대학, 한국보다 전력이 처지는 일본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한국의 아주 좋은 스파링파트너는 아니었다. 단지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각종 전술을 점검할 수 있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m 이상의 장신자가 6명이나 포진한 러시아전 2차 연장전 승리가 의미 있긴 했다. 하지만, 엄밀히 볼 때 아시아 퍼시픽 대회 우승에 취해선 곤란하다. 이민현 감독 역시 "본 대회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다. 주의환기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예전엔 유니버시아드 직전에도 2개월씩 합숙했다. 이번엔 훈련기간이 짧았다"라고 했다. 대표팀 훈련기간은 길지 않았다. 약 2~3주 정도 제대로 훈련했다. 때문에 여전히 조직력이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대표팀에는 확실한 정통센터가 없다. 대신 이승현 정효근 최준용 문성곤 강상재 등 190cm를 넘는 장신포워드들이 즐비하다. 이 감독은 아시아-퍼시픽 대회서 지속적으로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활용, 장신포워드들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는 이 전술은 SK, 오리온스도 즐겼다. 대표팀은 포워드 개개인이 기동력도 갖춘데다 내, 외곽을 오가며 득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러나 볼 흐름이 뚝뚝 끊길 때가 많았다. 외곽에서의 1대1 수비력도 약간 떨어졌다. 때문에 이 감독은 기습적으로 스몰라인업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3-2 드롭존을 사용, 속공 빈도를 높이려고 했다. 최준용과 문성곤을 번갈아가며 톱에 세워 하이포스트 수비까지 커버시켰다. 하지만 드롭존의 조직력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패스 몇 차례에 45도, 사이드에서 수 차례 3점슛 찬스를 내줬다. 결국 이 감독은 러시아전서 3-2 드롭존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는 "아무래도 유니버시아드에선 거의 못 쓸 것 같다. 대부분 팀이 러시아처럼 높이가 높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 뒷선에 2명의 수비수를 두는 건 위험하다"라고 했다. 결국 레귤러한 맨투맨 수비로는 쉽지 않다. 2-3 지역방어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오히려 지역방어보다 기습적인 트랩수비가 가미된 전면강압수비가 돋보였다. 대표팀은 러시아전서 1-2-2 존 프레스를 변형한 수비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트랩과 존 프레스가 가미된 투아웃 스리백(앞선 2명 맨투맨 뒷선 3명은 지역방어) 수비를 하프라인에서 썼다"라고 했다. 이 수비는 상대의 공격 시간을 지연시켜 성급하고 부정확한 슛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가드진의 볼 핸들링이 투박하거나 스피드가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러시아전서는 재미를 봤는데, 실전서 사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체력이 필수다. 빡빡한 유니버시아드 일정 속에서 매 경기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선수단 활용빈도를 높여야한다. 이 감독은 "12명을 전원 활용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문성곤 공백+전력분석

문성곤은 대표팀에서 정통슈터에 가까운 포워드. 그러나 아시아-퍼시픽 대회 러시아전 도중 돌파를 하다 왼쪽 발목을 다쳤다. 이 감독은 "발목 염좌다. 2주는 걸릴 것이다. 대회에 나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엔트리를 바꿀 수도 없다. 11명으로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문성곤의 공백은 단순한 1명의 공백은 아니다. 일단 또 다른 슈터 한희원의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최준용의 외곽 활용빈도를 높일 수도 있다.

사실 문성곤 공백보다 더 뼈아픈 건 상대를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러시아전 직후 "사실 아프리카 팀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비디오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중국이나 유럽은 정보를 갖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전력분석을 둘 정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충격적인 발언이다. 대회를 코 앞에 두고 상대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 그럼에도 이 감독은 "초반 3경기(모잠비크, 앙골라, 중국)서 최소한 2승을 거둬야 한다"라고 했다. 대표팀 지원이 미미한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 아무리 내부적으로 준비를 잘 하더라도 상대를 모르면 승부는 쉽지 않다. 현대농구에서 세밀한 상대분석은 옵션이 아닌 필수.

결국 이 감독의 상황판단과 선수단의 임기응변능력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급한대로 본 대회서 다른 팀과의 경기를 최대한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조별리그 통과, 상위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유니버시아드 남자대표팀에 미흡한 상대분석은 하나의 악재다.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잠실학생체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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