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숟가락만 올릴 뿐" 김태균, 이것이 캡틴의 자격

[마이데일리 = 광주 강산 기자] "다른 선수들이 잘해준 것이다. 나는 숟가락만 올릴 뿐이다."

한화 이글스 '캡틴' 김태균의 동료애는 대단하다. 4경기 연속 홈런으로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도 자신보다 동료들의 힘으로 이겼다며 공을 돌린다. 이것이 '캡틴의 자격' 아닐까.

김태균의 최근 페이스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지난달 23일 넥센 히어로즈전부터 28일 SK 와이번스전까지 4경기에서 모두 홈런 하나씩 때려냈다. 이 기간에 타율은 5할 6푼 3리(16타수 9안타), 타점은 정확히 10점이나 올렸다. 23일 넥센전과 28일 SK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지은 스리런포로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23일 0-0으로 맞선 4회말 결승 3점포를 때렸고, 28일 3-2 한 점 앞선 상황에서 쐐기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필요할 때 터지는 명품 4번타자다.

시즌 전체를 봐도 김태균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67경기에서 타율 3할 4푼 1리 16홈런 64타점, 출루율 4할 8푼 3리를 기록 중이다. 특히 6월 22경기 성적은 타율 4할 5리(74타수 30안타) 9홈런 34타점. 박병호(넥센), 강민호(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6월 홈런 부문 공동 1위였다. 2012년 유턴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20홈런을 넘기진 못했는데, 올해는 팀이 73경기만 치른 상황에서 16홈런을 때렸다. 내친김에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003, 2008년 31개)을 뛰어넘을 기세다. 하지만 김태균은 손사래를 쳤다. "내가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팀이 잘해야 한다"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김태균의 스윙이 짧고 빠르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왼발 전체가 아닌 뒤꿈치만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타격한다. 스윙이 간결해진 만큼 스윙 스피드도 한결 빨라졌다. 빠른 공에 대처하기도 수월하다. 연일 장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김태균은 "특타를 하면서 감을 찾았다. 스윙이 짧아졌다"며 "홈런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아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힘도 있어야 하지만 홈런 타자라고 매일 홈런 치는 건 아니다. 좋고 나쁠 때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나보다 팀이 잘해야 한다"는 말. 어찌 보면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이만큼 중요한 말도 없다. 김태균이 주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대단하다. 그는 "팀 성적이 좋아야 개인 성적도 올라간다"며 "다들 잘해주고 있으니 성적이 나오는 것이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고 나는 숟가락만 올릴 뿐이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 김태균은 홈런으로 누상의 주자를 불러들일 때마다 "앞선 타자들이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김태균은 지난 5월 10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허벅지 근육통으로 근 3주간 대타로만 나섰다. 5월 3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야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김태균의 정상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한화는 5월 27경기를 13승 14패로 마쳤다. 한화 타선에서 김태균이 빠진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하기 힘든 일. 전력 공백에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다. 5할 승률에 1승이 부족했으나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틴 셈. 김태균은 "내가 한 달 가까이 빠졌는데도 잘 버텼다"며 "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다들 잘해주기 때문이다"며 웃었다.

또 하나. 김태균은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출루율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2012년 4할 7푼 4리, 2013년 4할 4푼 4리, 지난해 4할 6푼 3리였다. 올해도 이 부분 선두다. 물론 김태균이 출루에 성공해도 득점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지난달 28일 SK전에서 김태균이 3번 타자로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김태균의 말이 걸작이다. "내가 느려서 그렇다"고.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김태균은 멋진 주장(Good leader)"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 이유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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