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할아버지' 홍우진, 쉼없이 달려온 배우가 자신을 돌아보는 법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홍우진은 참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수의 연극, 뮤지컬에서 홍우진을 원했고, 그렇게 끊임 없이 관객을 만났다. 연극 '유도소년', 뮤지컬 '로기수' 등 체력적 소모도 상당한 작품들을 연이어 하니 몸이 남아날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홍우진은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만 집중하며 대학로 활동 10년만에 여유를 맛보고 있다. '왜 아프고 힘들지' 딜레마에 빠졌던 그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다만 마냥 푹 쉬는 선택을 하진 않았다.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 출연하며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길을 택했다. 공연 회차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연기의 끈은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극단 '간다'에 소속된 것도 나름 안정감을 준다. 믿을 수 있는 단원들과 함께 하니 여유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처음에 연기를 배울 때 시작을 그렇게 해서 계속 몸을 쓰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극단 작품과 외부 작품을 같이 하다 보니까 최근에는 정말 에너지 소모가 많았죠. 쉴 틈이 없는 거예요. 생활도 해야 하니까 쉴 수가 없더라고요. 2~3년은 그렇게 일이 들어오면 다 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시고 저도 모르게 힘들었나봐요. 웃기도 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억지로 참고 있었나봐요. 그게 짜증으로 변하고.. 지쳐버린거죠. 마음도 몸도 지쳐 있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도 너무 없었어요. 쉴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어요. 새 삶을 찾았어요."(웃음)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며 연기하니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편하게 하고 있다. 일단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고 좀 더 알게 되고 좋아지니 만족스럽다. "너무 많이 해서 그만 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나와 할아버지'는 그에게 참 특별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익숙하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즌을 맞아 다시 깨닫는 것들도 많다. 두 시즌을 같은 배우들끼리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똑같은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각각 배우마다 호흡이 다른데 새로운 호흡들에 적응하기까지 혼자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나와 할아버지'는 진짜 많이 연습을 했어요. 개인 연습을 제일 많이 했던 공연이 '나와 할아버지'였죠. 근데 새로운 배우를 만나니까 또 달라지는 거예요.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어요. 아무래도 여러번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나오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착각하고 있었던 거죠. 저나 상대 배우나 무대 위에서 불편했을 거예요. 제가 상대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제 호흡으로만 이끌어 가려고 한 거죠. (민)준호 형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뭐가 문제인지 알았어요."

홍우진은 처음부터 민준호 연출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민준호 연출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따로 살았던 홍우진은 극중 준희처럼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갑게 지내지 못했다. 때문에 더 민준호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준호형이 생각한 준희라는 인물은 할머니한에 '아이 그랬어~' 하면서 반말도 할 수 있고 그런 아이에요. 근데 전 그 간격을 넘는게 힘들더라고요. 원래 하던대로 하라고 해도 그걸 찾는 지점이 어렵더라고요. 경험해보지 않은걸 해도 연출도 모르면 그냥 할텐데 이건 연출이 너무 명확하게 찾는 선이 있으니까 인물에 들어가는게 좀 오래 걸렸죠.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원하는 준희를 잘 표현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래서 개인 연습도 많이 했고."

개인 연습에 열중하고 민준호 연출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홍우진의 연기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그래서 '나와 할아버지'가 그에게 더 특별한지도 모른다.

"나름 자연스러운 연기에 자부심이 있었어요. 근데 준호 형이 계속 아니라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근데 계속 연습을 하면서 그걸 보는 눈이 생겼어요. 준호 형이 뭐가 정말 자연스러운건지 많이 알려줬죠. 많은 배우들이 놓치는 부분들이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는 그런 부분들이 일상 연기 같지만 다 착각인 거죠. 그런 표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많이 연습했어요. 예전에는 자연스러운척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해도 전하려는 메시지는 딱 그 지점에 맞게 전달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문제점을 알고 고쳐 나가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턴 확실히 달라졌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부분들도 '아 이렇게 했었어야 하는데'라고 다시금 느꼈다. 새로 생각할 부분들이 훨씬 많았고 더 명확하게 다가왔다.

"옛날 같았으면 하나하나 짚어주는 그런 것들이 너무 연극적으로 말하는거 아닐까 했겠지만 이제는 그게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연습 과정에서 그걸 적용시키니까 훨씬 좋더라고요. '나와 할아버지' 첫 시즌 때 그걸 느낀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어요.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제일 많이 노력해요. 민준호, 진선규 형이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얘기해줘요."

확실히 극단 '간다' 단원들이 주는 에너지의 힘도 크다. "사실 특별한건 없다"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간다'에 대한 소속감이 느껴졌다. 동료 배우들이 좋아하는 극단, 들어오고 싶어하는 극단이라는 것에 대한 어느정도의 자부심도 있으리라.

"'나와 할아버지' 할 때 '간다'에 처음 들어갔어요. 맨날 같이 놀고 해도 함께 할 기회가 없었는데 '나와 할아버지' 리딩을 계속 했죠. 저는 작품이 정말 좋았어요. 하고싶었고, 공연이 올라가게 되면서 극단에도 들어가게 됐죠. 사실 준호 형, 선규 형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다른 배우들이 저희 극단을 좋게 생각하는 것도 다들 단원들이 밖에서 작업하면서 좋은 씨앗을 뿌려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혀 인지하지 않았는데 배우들이 보기 좋은 공연인가봐요. '차근 차근 잘 걸어왔구나' 했죠."

현재 홍우진은 자신을 돌아보는 중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길을 계획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 연극 '나와 할아버지'가 있다. 익숙한듯 새로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니 더 애착이 간다.

"'나와 할아버지'는 강렬한 자극이나 커다란 사건은 없지만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해요. 우리가 항상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소홀히 했었던 대화의 부재라든지, 작은 관심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연이니까 보러 오셔서 따뜻한 마음 갖고 돌아가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그린씨어터. 공연시간 90분. 문의 스토리피 02-744-4331.

[배우 홍우진.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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