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홈런왕 경쟁, 향후 전망과 변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왕 경쟁은 다시 시작됐다.

시즌 개막 2개월이 지난 시점. 홈런왕 구도는 여전히 복잡하고 미묘하다. 어느 한 사람의 독주가 아닌 다자간 경쟁구도. 선두권은 물론, 잠룡들도 존재한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그리고 팀 전력과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묘하게 다르다.

30일 현재 홈런 선두는 3명이다. 최형우(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에릭 테임즈(NC). 17홈런을 쳤다. 세 사람은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테임즈가 26일 창원 두산전서 3연타석 홈런을 치며 단독선두로 올라선 뒤 사흘 연속 침묵했다. 그러자 최형우와 나바로가 야금야금 쫓아왔다. 두 사람은 29일 잠실 LG전서 나란히 홈런포를 가동, 홈런 선두에 복귀했다. 그 뒤로 강민호(롯데,15개), 박병호(넥센,14개)가 맹추격 중이다.

▲50홈런 페이스

최형우, 나바로, 테임즈 모두 50홈런이 가능한 페이스. 테임즈는 경기당 3.35타수를 기록했고, 9.47타수당 1홈런을 쳤다. 잔여 96경기서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51홈런을 칠 수 있다. 나바로는 경기당 3.69타수에 10.65타수당 1홈런을 쳤다. 잔여 95경기서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50홈런이 가능하다. 최형우는 경기당 3.67타수에, 10.59타수당 1홈런을 쳤다. 잔여 95경기서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나바로와 마찬가지로 50홈런이 가능하다.

KBO리그서 한 시즌 50홈런은 1999년 이승엽(54개), 2003년 이승엽(56개), 심정수(53개), 2014년 박병호(52개)가 전부였다. 3명 이상 한 시즌 50홈런을 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144경기로 진행되는 올 시즌, 최형우 나바로 테임즈 모두 50홈런 이상 칠 경우 홈런왕 경쟁에 새 지평을 열게 된다. 만약 나바로 혹은 테임즈가 홈런왕에 오를 경우 2005년 래리 서튼(35개) 이후 10년만에 외국인 홈런왕이 탄생한다. 최형우는 4년만에 홈런왕 복귀를 노린다.

물론 산술적인 전망일 뿐이다. 변수가 많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타자들의 컨디션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한여름에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고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가지만, 더운 날씨에 타자들 역시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 장마철에 들어갈 경우 경기 일정도 들쭉날쭉해지면서 타자들의 감각이 흐트러질 수 있다. 세 선수 모두 지금까진 매우 좋은 페이스였지만, 투수들의 분석과 견제라는 변수도 있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할 때, 현 시점에서 누구도 50홈런을 장담할 순 없다. 당연히 홈런왕 자체도 누가 차지할 것인지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다. 물론 올 시즌 세 사람의 홈런 테크닉은 뛰어나다.

▲최형우·나바로 시너지효과

눈에 띄는 건 최형우와 나바로가 같은 팀 소속이라는 점.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타순이 붙어있다면 투수가 견제하기가 어렵지만, 나바로는 주로 톱타자로 등장하고 최형우는 부동의 4번타자다. 타순이 떨어져있기 때문에 투수 입장에서 견제하기가 쉽다. 더구나 삼성 타선의 전체적인 파괴력은 지난해만 못하다. 그럼에도 나바로와 최형우의 홈런 페이스는 꾸준하다.

최형우와 나바로는 4월 30일 대구 LG전, 5월 1일 대구 두산전, 6일 목동 넥센전, 20일 잠실 두산전, 29일 잠실 LG전서 동시에 홈런을 쳤다. 삼성은 해당 5경기서 모두 이겼다. 홈런 페이스를 이끄는 두 거포가 동시에 홈런을 치니 삼성으로선 승리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테임즈의 경우 팀 내에서 홈런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베테랑 이호준이 5번 타순에서 파괴력 높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투수 입장에선 4번 테임즈에게 승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테임즈로선 이호준 우산효과도 어느 정도는 보고 있다. 물론 그 이상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더욱 돋보인다.

▲조용한 추격자 박병호

홈런왕 경쟁구도는 계속 최형우 나바로 테임즈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3년 연속 홈런왕이자 사상 최초 4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는 박병호의 최근 페이스가 심상찮다. 박병호는 27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29일 인천 SK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시즌 14호로 선두권에 단 3개 차로 따라붙었다.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에게 홈런 3개 차는 큰 격차가 아니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은 박병호가 본격적으로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의미. 박병호의 추격을 받는 기존 선두 3인방이 각성을 통해 더욱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도, 박병호에게 무너질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박병호가 지난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상대 견제 대처법, 평정심 유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쌓였다는 점.

이밖에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부활한 강민호는 장타본능을 장착한 상태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라는 게 약점이지만 홈런왕 경쟁의 다크호스인 건 분명하다. 또한, 1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이호준(NC), 앤드류 브라운(SK), 유한준(넥센) 등이 치고 올라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들은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경력이 없다.

[위에서부터 에릭 테임즈, 최형우, 야마이코 나바로,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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