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오승욱 감독 “이렇게 행복한 기회가 또 올까요?”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킬리만자로’에는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오승욱 감독이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영화라는 것. ‘초록물고기’와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가 각본을, ‘킬리만자로’는 각본은 물론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한국적 느와르의 새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 받았던 ‘킬리만자로’ 이후 15년. 오승욱 감독이 영화 ‘무뢰한’으로 다시 충무로를 찾았다. 긴 공백기에도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국내 개봉 전 낭보를 먼저 알린 그였다

‘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 정재곤(김남길)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김혜경(전도연),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멜로 영화다. 전도연, 김남길과 함께 영화인들의 꿈의 장소나 다름없는 칸 영화제를 방문, 공식 상영까지 끝마치고 왔지만 “칸이 더 편하더라고요”라고 말할 정도로 개봉 전 떨리는 마음이다.

“이제 개봉만 남아 있어요.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BEP(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160만명이 손익분기점인데, (‘킬리만자로’가 10만을 못 넘겼으니) 저한테는 어마어마한 숫자에요. 그 숫자가 하늘의 별이죠.”

그가 개봉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건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 때문이다. 상업적 노선에 올인하지 않은 영화임에도 개봉될 수 있게 도와줬고,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도 감독의 권한을 존중해줬다.

“혜경을 향한 재곤의 사랑이 드라이 하기 때문에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어요. 재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고, 진심을 들키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진심의 고리 정도는 보여줘야하죠. 불꽃튀는 사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투자 받기 힘들었던 게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전 이게 우리 영화의 특색이고 이 영화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전도연, 김남길, 투자자, 제작가 등도 이게 우리 영화의 장점이라고 해줬죠.”

하지만 영화화 되기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 때문에 구상한지 약 10년 만에 영화를 세상에 내보이게 됐고, 여러 차례 올해의 기대작이라 주목받았음에도 쉽사리 촬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킬리만자로’를 통해 어떤 분을 만났는데 ‘넌 대단한 것 같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가 굉장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보다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쏟은 제작자, 투자자 등이 대단하죠. ‘무뢰한’을 찍겠다고 온 전도연, 김남길 씨는 물론 스태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15년 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데 절 믿어줬죠. 시나리오를 고치라는 이야기도 한 번 안 했어요. 이렇게 행복한 기회가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 두려운 생각도 들어요. 그런 부분에서 다들 대단한 것 같아요.”

특히 오승욱 감독은 제작을 맡은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에 대한 전폭적 믿음을 내비쳤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을 때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라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냈던 그였다.

“한 대표님의 믿음 없었으면 이런 영화를 내놓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굉장한 제작자를 만나 이렇게 나오게 된 거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뚝심으로 만들어진 영화 ‘무뢰한’은 27일 개봉된다.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스타일리시한 느와르”(버라이어티), “형사 스릴러, 무디 느와르, 막 시작되는 사랑을 그린 로맨스, 다크 드라마 그리고 아트하우스 필름. 그게 다 한 영화로 합쳤을 때 나오는 것. 그게 ‘무뢰한’”(트위피 필름), “15년 전에 한 작품을 만들었던 게 다임에도 불구하고, 오승욱 감독은 (이 두 번째 작품에서) 카메라 뒤의 연출자로서, 그리고 작가로서도 확실한 터치를 보여준다”(플릭피스트)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지만 오승욱 감독은 이들보다 더 한국 관객의 평가에 목마른 듯 했다.

“(한국에서의 개봉이) 제일 떨려요.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가 가장 궁금하죠. 모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보는게 제일 중요하잖아요.(웃음)”

[오승욱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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