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형제는 왜 ‘디판’에 칸 황금종려상을 수여했는가[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예상 밖이다. 대부분이 토드 헤인즈 감독의 레즈비언 로맨스 ‘캐롤’ 또는 대만 허샤오셴 감독의 무협영화 ‘섭은낭(어쌔신)’을 유력 황금종려상으로 점쳤다. 두 영화는 스크린데일리지 평점에서 3.5점을 받아 다른 17편의 경쟁작을 눌렀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은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며 2점대 중반의 평점을 받는데 그쳤다.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됐을 때, 평단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전작 ‘예언자’와 ‘러스트 앤 본’ 보다는 환호가 덜했다. 그렇다면 심사위원장 코엔 형제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왜 ‘디판’을 황금종려상으로 선정했을까.

코엔 형제는 “평론가들이 심사위원은 아니다. 촬영현장을 지켜보는 아티스트들이 심사위원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평론가의 평가와 영화인들의 평가는 확연하게 갈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한 셈이다. 실제 코엔 형제는 “모든 심사위원들은 ‘디판’이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이 영화엔 매우 높은 수준의 흥미와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출신 불법 이민자, 이른바 ‘지중해 난민’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심사위원단은 ‘디판’이 다른 시사문제보다도 전체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강렬하다는 평을 남겼다.

‘디판’은 프랑스로 건너온 스리랑카 출신 이민자의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으로 지내다 프랑스에 온 디판(제수타산 안토니타산)은 이 과정에서 낯선 여자 얄리니(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와 9살 소녀 일라얄(클로딘 비나시탐비)을 만나 가족 행세를 하게 된다. 그는 파리 외곽에 머무르지만, 그곳은 스리랑카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다.

‘예언자’에서도 이민자의 삶을 다뤘던 그는 ‘디판’에서도 이민자 계급의 아픈 삶을 조명해 날카로운 사회인식을 드러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지속적인 관심이 네 번째 도전 만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다.

[코엔형제.사진 =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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