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그랜드슬램' LG 나성용의 거짓말 같았던 하루

[마이데일리 = 부산 윤욱재 기자]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뛰다 갑자기 교체됐다. 그리고 "짐을 챙겨라"는 말을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이윽고 그에게 다가온 말은 "부산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1군 진입 기회. 거짓말처럼 시작된 그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LG에 찾아온 '깜짝 스타' 나성용(27)의 이야기다. 사실 야구 팬이라면 나성용의 이름이 익숙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나성용은 2011년 한화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린 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송신영이 2011시즌을 마치고 한화로 FA 이적을 하면서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나성용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나성용의 이름을 아는 야구 팬들은 '나성범의 형'으로 알고 있었다. 나성범은 지난 해 NC의 간판타자로 우뚝 섰다. 특급 거포의 상징인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리그를 호령했다.

그와 달리 희미하게 잊혀져 가던 나성용은 마침내 22일 1군으로 호출을 받았다. 정성훈, 손주인 등 주축 내야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입었고 2군에 있는 최승준 마저 다치면서 나성용이 기회를 얻은 것이다.

"솔직히 올해 1군에 올라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반응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부산으로 향한 나성용은 자신의 이름이 7번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첫 타석은 빠르게 찾아왔다. 그것도 1회초 2사 만루 찬스였다. 롯데 선발투수 김승회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134km 슬라이더를 뿌렸고 마침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나성용은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LG 이적 후 처음으로 맞은 1군 경기에서 첫 타석 초구를 받아쳐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하다 갑자기 교체됐다. 그리고 짐 챙기고 부산으로 가라고 했다. 부산으로 오면서 한화 시절 1군에서 뛰었던 생각을 했다"는 나성용은 "처음부터 초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무조건 초구를 돌리자는 생각이었다. 운 좋게 넘어갔다"라고 자신의 잊지 못할 첫 타석을 회상했다.

홈런을 치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는 "베이스를 돌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덕아웃에 들어오고서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내가 홈런을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나성용의 야구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왼쪽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포수라는 자신의 포지션까지 포기를 해야 했다.

"15년 넘게 포수를 했다. 당연히 아쉽다. 사실 미련은 조금 남는다. 하지만 빨리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여기에 옆구리 통증 때문에 퓨처스리그에서도 이제 막 출전하던 중이었다. 1군 엔트리에도 내야수로 등록됐다. 타격이 엄청나지 않은 이상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그래도 나성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비상을 꿈꿨다. "이전 타격폼에 큰 문제가 있었다. 신경식, 최동수 코치님과 계속 상의하면서 타격폼을 바꿨다"고 밝힌 그는 "솔직히 올해 1군에 올라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프고 재활을 했기 때문에 몸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 1군으로 올라왔다"고 심경을 말했다.

나성용은 22일 경기를 마치고 "기분이 정말 좋다. 동생도 잘 쳤다고 들었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실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나성범의 형이 아닌 나성용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나성용.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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