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3일만의 SV' 두산 노경은, 위기의 두산 구했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마무리로 변신한 노경은이 위기의 두산을 구했다.

노경은이 턱 관절 부상에서 복귀한 지 약 1개월만에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기존 마무리 윤명준이 경험 부족으로 흔들렸고, 그 사이 메인 셋업맨을 맡았던 노경은의 구위는 점점 좋아졌다. 16일 광주 KIA전서는 2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처음엔 공을 스윽 밀어넣는 것 같다"라던 김 감독도 점점 노경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묵직한 직구 구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예리한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 등을 갖고 있다. 제구 기복이 있었다. 과거 불펜으로 뛰다 선발로 이동했던 결정적 이유. 그러나 김 감독이 애당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 노경은을 마무리로 점 찍은 건 구위 자체가 그런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팀을 향한 노경은의 희생정신이 돋보였다. 부상 복귀 이후 어느 보직이라도 맡겠다고 했다. 1개월 늦게 팀에 합류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자연스럽게 집중력으로 이어졌고, 좋은 경기력으로 승화됐다.

노경은이 마무리로 발령을 받은 건 지난 20일. 그러나 두산이 20일과 21일 삼성에 패배하면서 노경은이 박빙 상황서 등판할 일이 없었다. 노경은에게 세이브 기회는 22일 잠실 SK전서 찾아왔다. 그것도 매우 긴박했다. 4-3으로 1점 앞선 8회. 이재우가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정상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는 등 흔들렸다.

김 감독은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5개 남긴 상황서 과감하게 노경은을 투입했다. 노경은은 첫 타자 김성현을 3루수 땅볼로 솎아냈다. 2사 2,3루 위기. 여전히 한 방이면 역전 위기. 발 빠른 좌타자 조동화를 2루수 땅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9회까지 책임졌다. 선두타자 대타 김민식을 유격수 땅볼, 이명기를 2루수 땅볼, 박재상을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삼자범퇴. 1⅔이닝 무실점 퍼펙트 피칭. 1점 리드를 지킨 터프세이브. 노경은의 세이브는 2011년 8월18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373일만이다. 2012년 중반 이후 선발로만 뛰어왔기 때문에 세이브를 따낼 일이 없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걸 감안하면 이날 세이브는 노경은과 두산 모두에 고무적이다.

두산은 이날 전까지 3연패 중이었다. 삼성에 2경기 모두 내주며 선두에서 내려온 상태. 또 다른 순위 경쟁자 SK에도 패배할 경우 내상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위기를 노경은이 차단했다. 김 감독이 애리조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그렸던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다. 두산이 기분 좋게 3연패를 끊었다. 노경은의 터프 세이브가 포함된 경기, 그래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노경은.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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