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폭스, '12만 달러' 외국인 성공 신화 이룰까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일단 2경기에서는 몸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KBO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1억 638만원)이 넘는다. 각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그 정도가 더하다. 올시즌을 시작부터 함께한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평균 몸값은 65만 달러(약 7억 1000만원)에 이른다. '좀 한다 싶은 선수'는 50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다.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제이크 폭스의 경우에는 헐값에 가깝다. 총액이 12만 달러(약 1억 3100만원)에 불과하다. KBO리그 국내선수 평균연봉을 조금 넘는 액수다. 또 많은 금액을 받는 외국인 선수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가까운 몸값이다.

몸값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그 팀의 기대치와 함께 현재 소속팀에 들어오기 전 '그 선수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숫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폭스의 경우 한 때는 잘 나가는 선수였다. 1982년생으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수많은 선수들 중 매우 높은 라운드에 지명된 것이다. 24살 때인 2007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26살인 2009년에 82경기에 나서 타율 .259 11홈런 44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28살이던 2011시즌을 끝으로 폭스의 이름은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다.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 트리플A에서 독립리그를 거쳐 지난해부터는 더블A에서 활동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 폭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더블A팀인 뉴햄프셔에서 29경기 타율 .278 5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까지 빅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폭스가 많은 금액을 받고 국내 무대에 들어오기는 힘들었다.

미국 무대에서의 최근 실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쳐질지 몰라도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간절함'이 있었다. 184cm 100kg라는 공식 프로필도 믿기 힘든 큰 덩치를 이끌고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1군 데뷔전이었던 20일 SK전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광현과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으며 귀중한 희생 플라이 타점도 올렸다. 덕분에 김성근 감독에게 좋은 첫 인상을 남겼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결과'까지 냈다. 1-0으로 앞선 1회초 공격에서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날린 것. 4타수 2안타 2타점. 또 이어진 1회말 수비에서는 이명기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투수 미치 탈보트를 도왔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이 2루타보다도 다이빙캐치를 더 칭찬할 정도였다.

누구보다 한국 무대를 갈망했던 폭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초라한 몸값, 점점 하락하던 미국 내에서의 성적을 의미없는 숫자로 만들고 있다. 폭스가 '12만 달러' 외국인 선수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까. 불과 2경기지만 느낌은 좋다.

[한화 제이크 폭스.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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