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검사' 17년차 배우 주상욱의 진가 [이은지의 후폭풍]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것이 17년차 배우의 내공이다. 배우 주상욱이 첫 타이틀롤 KBS 2TV 수목드라마 '복면검사'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주상욱은 지난 20일 첫방송된 '복면검사'에서 낮에는 속물검사, 밤에는 복면검사로 활약하는 하대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하대철은 한 사람이지만 복면의 유무에 따라 180도 변하는 인물이다.

하대철은 사실 1인 2역에 가깝다. 능청스럽고 속물스럽기까지 한 하대철은 전형적인 출세지향형 검사다. 권력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다. 하지만 약자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다. 허세 가득한 말투와 행동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반면 복면을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악당'들을 그야말로 통쾌하게 응징한다.

이런 하대철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 것은 바로 17년차 배우 주상욱이다. 주상욱은 반듯한 외모와 큰 키로 이른바 '실장님 전문 배우' 중 한명이었다. 무게를 잡으며 여주인공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드라마나 영화에 꼭 등장하지만 전형적인 모습의 캐릭터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달라졌다. 외적인 부분으로 풍겨지는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코믹하게 망가지는가 하면(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과거 왕따 피해자로 찌질한 모습과 액션까지(영화 '응징자')까지 해 냈다. 때로는 멋있게, 때로는 찌질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주상욱은 '실장님'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연기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수많은 '실장님 전문 배우'가 그렇듯이 이 수식어에 부담감을 느낄 만도 했다. 하지만 부담에서 그치지 않았고, '실장님'에 만족하지도 않았다. 타이틀롤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과감히 도전했다. 그렇게 자신의 진가를 스스로 알렸다.

주상욱의 연기는 '복면검사'에서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모두 보여주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첫 방송은 과거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성인이 된 하대철은 초반과 후반 짧게 등장했다. 하지만 하대철의 이중적 캐릭터를 완벽히 각인시키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21일 방송된 2회에서는 한 사건을 앞에 두고도 남들 앞에서는 큰 사건이 생겨 출세하기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들뜬 모습을 보였지만, 뒤돌아서면서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 이런 모습은 하대철이라는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첫사랑을 위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뒤 기뻐하는 모습이나, 생모를 "엄마"라고 부르며 지어보이는 표정 등 다양한 표정과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 배우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17년 만에 타이틀롤을 거머쥔 주상욱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배우 주상욱. 사진 = 메이딘엔터테인먼트, 김종학프로덕션 제공, '복면검사' 방송화면 캡처]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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