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보소' 절반의 성공, 뒷심이 부족했다 [종영기획④]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초반 미스터리를 제공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반 허술한 스토리로 뒷심이 부족했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 오충환, 이하 '냄보소')가 22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냄보소'는 부모님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후 교통사고를 당한 오초림(신세경)이 냄새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것과 여동생 살인사건을 목격한 뒤 감각을 잃은 최무각(박유천)의 캐릭터 설정이 절묘했다. 초림과 무각이 자신의 부모와 여동생을 죽인 사이코패스 살인마 권재희(남궁민)을 둘러싼 수사를 중심으로 결국에는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큰 물줄기였다

시청률적인 면에서 봤을 때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시작한 '냄보소'는 첫 회부터 강렬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았다. 회를 거듭하면서 사건 속 살인범을 찾아내는 재미가 더해지며 몰입도가 높아졌다. 최무각과 오초림의 캐릭터와 배경 설명이 긴장감 있게 이어졌고, 권재희의 어딘가 의뭉스러운 모습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반 이후 권재희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 사실을 무각과 초림이 알아가는 과정까지 긴박감과 공포감이 동시에 유발됐다.

하지만 '용두사미'라고 했던가. 뒷심이 부족했다. 13회 이후부터였는데 초중반 탄탄했던 설정과 짜임새가 점점 헐거워 지면서 지극히 '뻔한' 스토리로 이어졌다. 살해 피해자들에게 바코드를 부여해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이나 천재적인 사이코패스 권재희가 안면인식장애를 가졌다든가 하는 독특한 설정을 비롯해 여러 복선이 깔려 있어 몰입도를 높였던 초중반에 비해 후반에는 누가 봐도 허술한 플롯을 차용했다.

권재희가 오초림을 납치하려는 과정은 연쇄살인마가 아닌 초범 수준이었고, 특별수사반 경찰들의 수사는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경찰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권재희는 쉽게 잡혔고, 경찰 역시 자세한 묘사 없이 범인을 잡아냈다. 철옹성 같던 권재희가 결정적 실수 없이 수사망에 걸려든 것은 재미를 크게 반감시켰다. 게다가 잡혔던 권재희가 수송 과정에서 사고를 내면서 다시 돌아오는 설정은 긴장감도 당위성도 없었다. 단지 그래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냄보소'는 무각과 초림의 러브스토리뿐만 아니라 절대악 권재희와의 대치를 통해 흥미가 견인됐기에 후반부 산으로 가는 수사 플롯은 시청자들의 아쉬움과 실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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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보는 소녀'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냄새가 눈으로 보이는 초감각 목격자 초림과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 형사인 무각의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틱 코미디드라마다.

후속으로 방송되는 '가면'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네 남녀가 저택이라는 한 공간에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경쟁과 암투, 음모와 복수, 미스터리를 그리는 작품이다. 오는 27일 밤 10시 첫 방송

['냄보소' 포스터. 사진 = SBS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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