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고경표, “최민식처럼 한국어로 해외진출 하고파” [칸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멘붕의 연속이었다가 한국 분들을 만나서 굉장히 좋아요.“

고경표의 첫번째 칸 방문은 험난했다. 첫 유럽여행이었는데 가방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가방을 분실해 옷을 다 빌려 입었다면서도 “다행히 선글라스는 제 거예요”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고경표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생애 첫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평생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어느새 칸을 만끽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존에 한국에서 가지고 있었던 코믹한 이미지가 벗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종종 ‘차이나타운’을 보며 코믹한 이미지가 생각나서 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분들도 가끔 있는데, 자주가 아니라 가끔이라 다행인 것 같아요. (웃음) 대부분은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한국의 관객들이야 어렸을 때부터 서구권 영화를 보고 자랐으니 그들의 영화를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 않지만 반대로 그들이 한국 영화를 이해할까 싶은 걱정도 들었다.

“극 중 엄마(김혜수)가 피곤하다며 가라고 하는데, 제가 어이가 없어서 웃는 장면이 있어요. 한국 정서라고 생각하는데, 그 장면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제가 나쁜 사람을 연기한 거니까 외국인들에게 나쁜 사람처럼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경표를 만나본 적이 없고, 연기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던 김혜수는 극 중 치도로 분한 고경표와의 맞대면 신을 촬영한 뒤 한준희 감독에게 “이 사람은 원래 이렇게 나쁜 사람이에요?”라고 물었다고. 그동안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던 고경표는 그 이후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치도는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칭얼거리는 아이 같은 인물이다. 여기에 연민을 더했다. 영화 ‘대부’의 첫째 아들 소니 같은 개릭터라고.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비뚤어진 치도처럼 고경표도 역시 인정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일 같이 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요.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자기 전까지 계속 검색을 해요. (웃음) 충격적인 악플도 있었어요.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싶었죠. 나중에 저 사람에게도 잘 보이도록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까지는 ‘네가 태어난 게 기분 나빠’ 이런 류의 의미 없는 악플은 없었어요. 제가 모든 사람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좋은 댓글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편이죠.”

고경표는 경쟁작으로 다신 칸 영화제를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번처럼 가방을 분실하지 않는다면 금상첨화. 또 해외 진출 욕심도 내비쳤다.

“할리우드를 꿈꾸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해도 액센트가 워낙 다르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루시’에 나오는 최민식 선배님처럼 한국어로 연기하면서 진출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막연한 꿈이죠.”

[고경표. 사진 =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