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보다 나은 넷, 한화 히트상품 '기대정권 쿼텟' 완성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역시 십시일반이다. 둘보다 나은 넷이다. '기대 듀오(김기현 정대훈)'와 '정권 듀오(박정진 권혁)'의 합작품, '기대정권 쿼텟'의 탄생이다.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불펜 히트상품이 또 나왔다.

한화는 전날(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7-1 완승했다. 이날 승리로 2연패에서 벗어난 한화는 시즌 전적 21승 21패로 5할을 사수했다. 비록 20일 패배로 한때 5할 승률이 무너지긴 했지만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 권혁으로 이어지는 '기대정권 쿼텟'은 연이틀 출격해 위력을 뽐냈다.

먼저 김기현과 정대훈의 투입 시기가 확실해졌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이 없었다면 '기대정권 쿼텟'이라는 단어 자체도 없었을 것. 그런데 지난 시즌 김기현은 24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9, 정대훈은 34경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7.23의 성적만 남겼다. 냉정히 말해 보여준 게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겨우내 피나는 훈련으로 도약을 다짐했고, 이제는 한화 불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김기현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1승 홀드 평균자책점 3.60, 정대현은 팀 내 투수 중 2번째로 많은 25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잘 던지고 있다. 이제는 스페셜리스트를 뛰어넘어 좌,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킨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김기현이 20일 SK 정상호를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장면이 의미가 크다. 정대훈은 올해 좌타자를 상대로 안타는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 2개를 잡아냈다. 둘은 20일과 21일 SK전에 연이틀 출격해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김기현은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붙었다.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시니 보답해야 한다. 경기에 나갈 수록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 뒤에는 '정권 듀오'가 버티고 있다. 박정진과 권혁이다. 자타공인 한화의 뒷문 단속반이다. 둘 다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은 26경기에 등판했다. 박정진은 3승 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2.60, 권혁은 3승 4패 8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 중이다. 좌완투수가 연달아 나선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으나 김성근 한화 감독은 "둘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좋은 흐름은 이어가고, 나쁜 흐름은 빨리 끊어내는 게 둘의 장점이다. 박정진과 권혁 모두 올 시즌 연속경기 실점이 단 한 번뿐이다. 권혁은 지난 9일 두산전부터 14일 삼성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하긴 했으나 팀의 2승을 책임졌다. 20일 끝내기 패배(⅓이닝 1실점)로 아쉬움을 삼켰으나 다음날(21일) 2이닝 무실점 쾌투로 나쁜 흐름을 빨리 끊었다.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에 나선 윤규진이 돌아오면 둘의 부담이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한화의 시즌 초반 선전에는 계투진의 공이 무척 크다. 팀 평균자책점은 5.02로 좋지 않지만 계투진은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특히 '기대정권 쿼텟'의 합산 평균자책점은 3.07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김기현과 정대훈이 박정진과 권혁 앞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투수 운용에 어느 정도 계산이 선다. '기대정권 쿼텟'의 활약이 한화에 엄청난 힘을 보태고 있음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다.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 권혁(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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