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한채아 "결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인터뷰)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방송 기간 6개월, 촬영 기간까지 총 7개월. 배우 한채아가 KBS 1TV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극본 고봉황 연출 진형욱 박진석)과 함께 한 시간이다. '일일극 여신'으로까지 불리며 맹활약한 한채아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신의 필모그라피 한 줄을 채우고 다시금 작별을 고해야했다.

한채아는 극중 케이블 방송국 PD에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재래시장 청과상이 되는 주인공 송도원으로 열연을 펼쳤다. 송도원은 씩씩한 겉모습과 달리 아픈 가정사를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모진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굳센 모습과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면모를 동시에 지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촬영 다음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채아는 "그동안 마치 KBS 직원이 돼 출퇴근하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백조가 됐다"며 시원섭섭해 했다.

"마지막 촬영 장면이 오열하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마지막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었죠. 세트 촬영이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들떠서 집중이 안됐거든요. 엄마와 재회하는 신이었는데, 감정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예요. 사이가 안 좋은 엄마와 함께 하는 장면이라 감정은 최고조였어요."

송도원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고, 또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속깊은 캐릭터였다. 한채아 역시 그런 송도원을 연기하면서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성격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채아는 드라마 속 송도원과는 달랐다. 한채아였다면 부당한 일에 맞서 싸웠을 것이고, 아무리 친엄마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배우가 악역 캐릭터를 응징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면 시청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처음에는 이렇게 착한 캐릭터인 줄 몰랐어요. 초반에는 잘 나가는 PD였고, 아는 것도 많고 경험도 많고 뭔가 으?X으?X하는 분위기였는데, 엄마가 누군지 알게 되고 이야기가 점차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점점 나약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이번에 '당신만이 내 사랑'을 찍으면서 가정 환경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빠의 사랑을 받은 송도원과 오로지 오냐오냐하며 사랑만 받은 남혜리(지주연)와 비교하면 분명 둘 다 사랑을 받고 자랐음에도 전혀 다르잖아요? 환경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식 낳으면 잘 키워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상대 배우였던 성혁과의 호흡도 좋았다. 실제 성혁은 한채아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 한채아는 "성혁이 보기에는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동생이라 그런지 저를 잘 따라줬다. 제 말에도 귀를 기울여줬다. 그래서 덕분에 불편함 없이 잘 지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함께 연기한 김민교(남순 비르질리오 리 역)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절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완전 분위기 메이커였죠. 처음에는 (김민교의 말투가) 정말 어색했어요. 대본을 봤을 때는 '도대체 저 캐릭터(남순)는 누가 할까?' 궁금했어요. 왠지 잘 해도, 못 해도 욕 먹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대본 리딩에서 김민교 씨가 정말 잘 하시는 거예요. 순간 '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진짜 필리핀 사람처럼 하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실제 김민교 씨가 필리핀 사람인 줄 아는 분들도 있었어요."

잠시나마 '대본 열공' 모드를 해제한 한채아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밝혔다. 1982년생인 한채아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 또래 친구들은 많이 촉박해하는데, 사실 저는 집에서도 결혼에 대한 얘기는 잘 안 한다. 저 역시 아직 결혼에 대한 조급함은 없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하고 싶다. 그래도 확실히 결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상형이요? 글쎄요. 뭐라고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는 '나 이런 사람이 이상형이야!'라고 쉽게 얘기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상형이라고 특정을 못하겠어요. 바란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생각이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사람 보면 덩달아 마음이 건강해질 것 같은 사람이요.(웃음)"

[배우 한채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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